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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부실기업' 처리 급물살…곳곳에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기업 구조조정의 결정판으로, 한국 경제 회생여부의 분수령이 될 이른바 `5대 부실기업'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대출금 출자전환과 추가출자를 통해 부실 덩어리를 털어내는 발판을 마련했고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협상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은 제너럴모터스(GM)의 인수제안서 제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쌍용양회[03410]는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해당기업들은 늦어도 6월말까지 처리 방향을 확정짓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곳곳에 `순항'을 방해하는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어 부실기업 처리의 변수가 되고 있다.

`5대 부실기업'의 처리는 성공하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되고 실패하면 금융.증권시장 불안과 국가신인도 타격 가능성 등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 = 해외공사 미수금의 특별손실 처리로 지난해 2조9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 8천여억원의 자본잠식 상태로 회사채 발행을 못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해서도 지급이 어려운 디폴트 상태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대출금 1조4천억원을 자본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1조5천억원을 출자, 현대건설을 클린컴퍼니로 만든다는 플랜을 작성했다. 현대건설은 그 대가로 18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대주주 완전감자, 기존 경영진의 퇴진이라는 고통을 치러야 했다.

채권단은 6월 중순까지 1조4천억원의 출자전환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지만 투신권이 출자전환과 현대건설 전환사채(CB) 인수에 반대, 채권단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현대건설 살리기' 의지가 확고한 만큼 상반기내 출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심현영 신임 사장은 이를 계기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회생여부는 채권단의 신속한 출자전환 및 추가출자 약속 이행과 현대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및 영업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 3월말 기준 부채가 11조608억원, 자산이 16조8천38억원에 달한다. 올해 5조3천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상환해야 했으나 회사채 신속인수로 80%가 차환 발행되고 5월들어 신디케이트론 8천억원의 만기연장을 포함한 금융권의 지원결정으로 대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

재무구조 개선과 계열분리 동시해결을 위해 해외주식예탁증서(GDR)과 하이일드본드 발행을 통해 6월말까지 1조8천억원의 외자유치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6월까지 계열분리가 안되면 금융권이 신디케이트론 8천억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게 돼 있는 만큼 특수관계인 지분 20% 매각과 추가 외자유치를 위해곧 해외 투자설명회에 나선다.

하이닉스의 회생여부는 D램 가격이 얼마나 살아나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이 올라야 손실을 줄여 외자유치, 지분 매각은 물론 그 이후의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경우 영동사옥, 수처리시설, 보유 유가증권등을 매각해 상반기 자산매각 목표 4천억원의 90%를 달성했으나 분사한 단말기사업,ADSL사업, LCD사업 등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1조원 안팎의 매각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 GM은 이달 초 이사회에서 잠정적으로 대우차 인수추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곧 인수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우차 문제 해결시한으로 밝힌 6월15일은 대우차가 법원에 회사 정상화 및 운영방안 등을 담은 정리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시점으로,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법정관리 지속 또는 청산 등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GM이 그 전에 인수 의사를 밝히고 채권단과의 인수 대상과 조건 등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면 정리계획안 작성이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우차 문제는 매듭지어 진다. 그러나 우리가 `일괄매각'을, GM은 필요한 사업장만 넘겨받는 `선별인수'를 원하는데다 고용면에서도 우리는 `전원승계'를, GM은 합당한 인력만 승계하는 `선별승계'를 바라고 있어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쌍용양회 = 그동안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향후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이 97년 쌍용자동차를 대우차에 넘길 때 쌍용차 부채를 떠안으면서 97년말 2조6천948억원이던 부채가 1년만인 98년말 4조1천603억원으로 급증, 1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으로는 수천억원대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쌍용그룹은 모기업인 쌍용양회 살리기에 나서 알짜기업으로 불리던 제지.정유매각, 계열사 자산매각 등을 통해 1조3천885억원을 조달했고 4천819억원의 계열사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발표된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공동경영 파트너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증자 참여 및 출자가 양회의 회생 발판 마련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1조4천억원을 출자전환키로 했고 태평양시멘트는 작년 3천600억원에 달하는 증자과정에 참여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3천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현재 정보통신 지분매각과 다소간의 부동산 매각이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투신증권 = AIG컨소시엄측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중이다. 당초 AIG측 대리인인 영화회계법인은 18일까지 실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1주일 정도 실사기간을 연장했다.

정부는 추가 잠재부실 규모가 나오는 대로 AIG측과 공동출자규모, 분담비율, 경영진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현대투신에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은 1조원에 약간 못미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상반기내에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대증권 경영권 문제가 막판 걸림돌이 되고 있다.

AIG측은 당초 정부와 현대투신 매각협상을 벌이면서 현대증권 경영권도 함께 넘겨주기를 원했으나 현대측은 건설과 하이닉스가 분리되는 마당에 증권의 경영권까지 넘어가면 그야말로 소그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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