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높인다는데 70억원 쯤이야 손해보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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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대규모 오피스텔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 분당에서 첫 보장제가 등장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보장제는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었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계약을 해지해주는 안심 계약 보장제, 입주 후 분양가보다 값이 떨어지면 차액의 일정부분을 회사에서 보전해주는 프리미엄 보장제 등이다.

그런데 최근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기가 비슷했던 3000여실의 오피스텔이 2~3년 뒤 한꺼번에 입주를 맞을 것으로 보이면서 청약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수익률 악화를 우려해 계약을 꺼리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최근 분당 정자동에서 분양을 마친 정자동 3차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에 책임 임대보장제를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전용 23~59㎡형 총 1590실의 대규모 오피스텔인 데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13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청약 당시 평균 2.9 1, 최고 87 1의 경쟁률을 보였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계약률 끌어올리려 '안간힘'

그런데 책임 임대보장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은 중형이 아닌 전용 23~29㎡형의 소형이다. 입주 뒤 2년동안 회사가 월 80~90만원의 임대료를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자동 소형 오피스텔의 월세 수준은 80~90만원보다 훨씬 낮다. 전용 29~33㎡형 기존 오피스텔의 월 임대료는 60~70만원 선이다.

정자동 3차 푸르지오의 전체 1590실 가운데 1400개실 가량이 초소형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는 최소 월 3억원 가량의 손해를 안아야 한다. 2년으로 환산하면 70억원이 넘는다.

한꺼번에 입주가 몰리면 임대 물량이 많아지면서 임대료 수준은 더 떨어질 수 있어 회사가 떠안아야하는 손해는 더 커질수 있다.

분양이 잘 됐던 이 오피스텔이 손실을 보면서 보장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분당 정자동은 서울 강남과 이어지는 신분당선의 개통으로 오피스텔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서울로의 출퇴근이 쉬운 데다 임대료는 강남보다 싸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원,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카페거리, 공원 등 생활편의시설도 강남 지역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는 강점도 지녔다. 또 대부분 오피스텔이 탄천변을 따라 들어서면서 개천 조망권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급이 늘어났다. 정자동은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이 곳곳에 남아있는 데다 분양도 잘되는 편이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오피스텔을 분양했다. 대우건설도 이 지역에서만 벌써 3차 오피스텔을 분양했을 정도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계약률이 40%밖에 되지 않는다" "분당 지역에 일시적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지면서 입주 후 공실발생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의 계약률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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