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되는 통신시장 재편방안

중앙일보

입력

제3통신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시장점유율 보장과 비대칭 규제를 핵심으로 한 정보통신부의 통신시장 재편방안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 장관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3의 통신사업자가 시장에서 20% 정도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도록 비대칭 규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자신의 통신시장 재편에 대한 기본 구상을 제시했다.

양 장관은 특히 3강 중심의 통신시장 재편에 있어 중심축은 IMT-2000을 포함한 무선시장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비대칭 규제가 유선보다는 무선시장쪽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양 장관은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유선시장은 아니지만 무선시장은 현재 2천700만 가입자가 결코 포화상태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대해 일정부분 규제를 가하면서 신규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유선시장의 경우 시장이 매년 14%씩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칭 규제를 해봐야 기존 가입자를 빼앗아 후발업체에 배정하는데 그치는 만큼 향후 지속적 성장 이 가능한 무선시장을 지렛대로 3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양 장관은 ''비대칭 규제를 통해 (IMT-2000) 신규 사업자에게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보장하고 시장의 총체적 파이를 키우면 절대 매출은 계속 성장할 수 있어 1,2위사업자의 몫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 장관의 구상대로 통신시장이 재편된다면 한국통신과 SK텔레콤 그리고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 등 3강 사업자는 기업간 인수.합병(M&A), 주식맞교환 등의 방식으로 통신시장 재편의 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물론 제3의 통신사업자가 될 동기식 IMT-2000사업자의 구성 문제는 현재 LG텔레콤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구성의 구체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양 장관은 ''현재 LG텔레콤을 중심으로 하나로통신, 파워콤 등 국내업체 외에 두 곳이상의 외국 통신업체와 동기식 사업참여 여부에 대한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말해 정부의 제3사업자 선정의지에 발맞춰 업계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접촉중임을 전했다.

하지만 양 장관은 꼭 LG텔레콤이 아니더라도 외국회사가 중심이 된 제3의 통신사업자가 구성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양 장관은 ''만일 LG가 출자총액제한 등의 문제로 제대로 운신할 수 없다면 외국업체가 동기식 IMT-2000사업의 대주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의 이같은 구상을 종합하면 누가 제3의 통신사업자가 되든 통신시장의 중복.과잉투자와 누적적자 심화라는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비대칭 규제를 통해 제3의 사업자에게 일정한 시장을 점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기초로 통신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는 정책의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쟁논리에 의해 퇴출돼야 할 후발업체가 비대칭 규제로 과도한 혜택을 입게되는 문제와 제3의 통신사업자가 과연 정통부의 의지대로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여부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류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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