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전망

중앙일보

입력

더 이상의 이변은 없었다. 새크라멘토의 위력도 레이커스 앞에서는 무력했고, 댈러스의 선전도 샌 안토니오 앞에서는 맥이 없었다. 강자다운 강자들이 살아 남은 서부 컨퍼런스의 파이널을 2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1. 공격력 대결

오닐과 브라이언트를 앞세운 레이커스는 샌 안토니오의 트윈 타워보다는 득점력에서 한 수 위에 있다. 우선 데이빗 로빈슨의 수비력을 감안하더라도 오닐의 득점을 많이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 오닐의 최근 상승세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브라이언트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으면서도 고득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슛 성공률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샌 안토니오의 매치업 상대들이 브라이언트를 막는데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샌 안토니오는 데릭 앤더슨의 부상 공백으로 전체적인 공격력이 조금 약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대니 페리가 좋은 슛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테리 포터와 앤토니오 데이비스등의 지원 사격이 이뤄진다면 어느정도 레이커스와 대등한 외곽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골밑 공격력은 레이커스를 압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데이빗 로빈슨과 팀 던컨이 있는 한 레이커스의 골밑보다는 득점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샌 안토니오의 입장에서는 던컨과 로빈슨이 골밑에서 득점 우위를 보여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2. 수비력 대결

오닐을 로빈슨이 막는다 해도 혼자 막기에는 버거울 것이다. 말릭 로즈나 사마키 워커가 수비에서 오닐을 막는데 힘이 되어 준다면 샌 안토니오는 수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반면에 레이커스는 던컨 수비에 열을 올려야 한다. 호레이스 그랜트가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랜트가 워낙 수비에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라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랜트가 스피드에서 던컨에게 뒤진다는 약점이 있다.

샌 안토니오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막는 것도 문제가 된다. 뛰어난 공격수이자 수비수인 데릭 앤더슨의 공백은 뼈아프다. 안토니오 다니엘스나 션 앨리엇, 테리 포터등이 동원되겠지만 브라이언트를 막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또 하나의 관심은 양팀 나머지 멤버들의 대결. 릭 팍스나 데릭 피셔, 로버트 호리등이 상승세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들에게 대량 득점을 허용할 수도 있다. 결국 샌 안토니오의 입장에서는 오닐과 브라이언트에 신경을 집중하다 나머지 멤버에게 당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3. 승부처

양팀의 승부처는 어디일까? 워낙 전력이 막상막하이다 보니 적절한 승부처를 잡아 전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팀의 승산이 높다고 보여진다.

우선 샌 안토니오는 정규 시즌부터 플레이오프까지 흔들림없는 전력을 유지해 온 것이 큰 강점이다. 주전들의 기량이 고르고, 백업 요원들이 풍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샌 안토니오에 힘을 실어줬던 데릭 앤더슨의 공백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안타깝다.

에이버리 존슨, 테리 포터, 안토니오 다니엘스, 사마키 워터, 말릭 로즈등 샌 안토니오의 멤버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데릭 앤더슨 만큼 샌 안토니오의 공격을 다양하게 만들고, 던컨과 로빈슨의 부담을 덜어준 플레이어는 없다.

결국 샌 안토니오는 시리즈 내내 트윈 타워에 의존하는 단순한 경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 곳이 레이커스의 승부처이다. 던컨을 잘 막는 것. 로빈슨은 어차피 오닐의 몫이라 생각하면 던컨만 막아준다면 승부를 걸 수 있다.

반면에 샌 안토니오는 트윈 타워의 공격력도 극대화시켜야 겠지만 의외의 키 플레이어를 찾아야 한다. 대니 페리를 주목해보자. 때 아닌 3점으로 팀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선수이다. 또 다른 승부처는 수비.

샌 안토니오는 사마키 워커와 말릭 로즈가 수비에서 오닐을 막는 카드가 되어야 한다. 분명히 오닐을 막기에는 한 명의 선수로는 어림도 없다. 이들의 물량 공세가 제대로 통해야 샌 안토니오는 승부를 걸 수 있다.

4. 전체적 전망

홈코트에서 한 경기를 더 치르는 샌 안토니오에 이점은 있다. 양팀의 전력이 엇비슷 하므로 그런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시리즈에서 앞서갈 수 있다. 오닐을 적극적으로 협력 수비하면서 3초 위반등 턴오버를 유발하는 작전도 필요할 것이다.

반면에 레이커스는 오닐에 대한 협력 수비를 역으로 이용하여 외곽 공격에서 해법을 찾는다면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브라이언트나 피셔, 호리, 팍스등 외곽 능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의 최근 컨디션이 좋은 것이 팀에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샌 안토니오가 홈코트 어드밴티지와 트윈 타워의 강력한 공격과 수비를 앞세워 터프한 경기를 펼친다면 우세를 나타낼 수도 있겠으나 오닐과 레이커스의 기세가 워낙 무섭다. 앞서 지적된 샌 안토니오의 강점을 감안하더라도 레이커스의 4승3패 우세가 예상된다.

디펜딩 챔피언을 할 수 있는 정신 자세와 팀웍, 전력적인 측면들이 모두 갖춰진 레이커스를 상대로 하는 샌 안토니오는 단순한 공격 루트를 벗어던지고 과감한 변칙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