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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범람은 천박한 인터넷 자본주의 산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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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인터넷은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 통신 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사이버 폭력, 불법 음란물 등 정보화의 역기능이 인터넷을 판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인터넷 열풍과 벤처 열기 속에 돈벌기에만 몰두한 우리의 천박한 ‘인터넷 자본주의’의 결과다. 그동안 정부가 벤처기업과 정보통신 기반 시설에 투자한 금액이 수조원에 달한 반면 정보통신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거의 없는 상황이니 이 같은 현상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는 주대상인 청소년의 보호라든가,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작은 목소리로 묻혀버렸다. ‘정보통신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거대 논리 아래 이 같은 논의 제기는 오히려 ‘IT 강국’으로 가는 우리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는 행동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이 같은 ‘소돔과 고모라’를 잉태한 꼴이다.

과연 법과 제도로써 이 모든 정보화의 역기능을 방지할 수 있을까. 개방성과 공유를 기본으로 하는 온라인의 특성상 제도만으로 모든 병폐를 사전에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네티즌 스스로가 올바른 정보통신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 민간단체 등 민간 차원의 다양한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 노력 시급

자동차를 타기 위해서는 기능 교육도 필요하지만 교통규범에 대한 소양 교육도 필요한 것처럼, 정보통신 교육도 기능과 소양에 대한 두 가지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 교육현장의 현실은 대부분의 컴퓨터 교육 담당교사들이 기술교육만을 하고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태도와 정보통신 윤리교육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학교들과 학부모들이 인터넷 이용자 서약을 받고 있다. 이는 인터넷과 관련된 개인 윤리를 준수하고, 건전하고 안전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캠페인’성 서약이다. 우리도 전국의 1만64개 초중고교에서 일시에 인터넷 이용자 서약을 받도록 교육당국이 적극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약을 받을 때 일방적인 서약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하여 서약할 내용을 정하도록 한다면, 훨씬 효과가 클 수 있다.

한편 인터넷과 관련한 규제는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법적 규제가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면 문제이지만, 적절한 기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온라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들을 적절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범죄 유형에 적합한 법규의 정비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법적 규제의 남발을 줄이기 위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완충역할도 중요하다.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하고 방송위원회처럼 어느 정도의 행정 권한도 부여하면, 형사처벌이라는 부담 때문에 규제를 약화시키는 오류를 피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또한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실시하는 것도 법적 규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지난해 내용등급제 실시 주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고 콘텐츠 제공자 스스로의 자율 등급제를 실시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전심의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는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면에서, 업체들의 자율적인 등급제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터넷 사업주들 사회적 책임

섹스 관련 사업이 아니면 인터넷에서 돈을 벌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한 콘텐츠 제공업체의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각 사이트들이 불건전 정보 신고센타를 운영하고 전담직원을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회사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 불건전 정보에 대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정화하는 노력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터넷의 속성은 개방성과 자율성이다. 인터넷은 그 누가 통제하거나 독점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며 만약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받게 된다면 그러한 행동은 분명 제지를 받아야한다.

이 때문에 민간감시단체들의 활동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올바른 정보통신 문화를 만들기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은 이를 기반으로 다각적인 분야에서 정화 활동을 펼쳐야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온라인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 환경은 아직 열악한 상황이며 외부의 지원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온라인관련 민간단체들의 활동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단체 스스로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병철 한국사이버감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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