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는 영화 Buddy] 김기덕·조재현

중앙일보

입력

김기덕(41) 과 조재현(36) . 두 사람이 영화계를 걸어온 길은 '조재현이 없었다면 김기덕의 영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질만큼 밀착돼 있다. 다섯살 차이 나는 감독과 배우 사이지만 둘이 보여주는 친밀도는 친구에 가깝다. 서로 비야냥 거리기도 하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툭툭 정겹게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그렇다.

눈 빛이 살아있는 배우는 '무섭다' 는 느낌을 준다. 조재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물음에 그의 대답은 깍듯했지만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다부진 욕심으로 꽉 찬 게 놀라웠다. 연기생활 14년째.

TV에 얼굴을 내민 덕에 '빛나는 조연' 이란 소릴 듣기도 하지만 영화계에서 닦아온 그의 이력을 잘 챙겨보면 적절한 수식어는 아니다.

김기덕감독 만큼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사람도 드물다. 잘 웃고 장난스럽다. 그의 영화는 감독의 성격과 달리 기괴하고 원초적인 감성의 힘을 발산한다. 어떤 이는 이런 정서가 불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관념이나 미학의 독특함은 1990년대 한국 영화계가 일궈낸 성과임에 분명하다.

그들은 1996년 김감독의 데뷔작 '악어' 에서 처음 만났다. 조재현은 한강에서 자살한 사람의 시신을 거둬 가족에게 넘겨주고 돈을 받는 부랑아 역을 맡았다.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 (95년) 에서 주연 이인몽 역으로 주목 받던 시절, 조재현은 무명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기꺼이 몸을 실었다. 조재현이 기괴하기까지 한 역을 제대로 소화해낸 덕에 '악어' 는 김감독에게 골수팬이 생길만큼 성공적인 데뷔작이 됐다.

"영화에서 그의 위압적인 캐릭터를 보고 제 영화에 적격이다 싶어 '악어' 시나리오를 건넸죠. 큰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가 '설마 내 영화를 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선뜻 응하더라구요" 라고 김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해 김감독의 두번째 영화 '야생동물 보호구역' 에서 조재현은 미술을 공부하러 파리에 왔다가 사기꾼으로 눌러앉은 주인공 청해 역을 맡았고 김감독의 후속작 '섬' (2000년) , '수취인 불명' (2001) 에도 연이어 출연했다.

티켓 다방 포주( '섬' ) , 개를 잡고 살을 바르는 개장수( '수취인 불명' ) 등 '악어' 의 이미지와 비슷한 면을 보여주는 조재현의 캐릭터는 여전히 강렬하고 힘이 있다.

"재현이와 많이 작업을 한 것은 그의 개성이 내 영화에 맞기 때문이죠.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 귀착점은 그였어요. 그가 제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배우죠. 나무랄 데가 없어요. " (김기덕)

"김감독은 영화 공부를 제대로 안 한 분이죠. 해병대 하사관으로 5년을 지내고 그림에 빠져 프랑스에서 2년간 그림을 그렸죠. 그리고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를 보면 삶 자체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그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죠. 참 매력적입니다" (조재현)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다. 김감독은 "재현이가 이제 방송을 좀 자제했으면 해요. 개성있고 선이 굵은 배우인 만큼 드라마에서 굳어진 감초 이미지도 벗고 영화에 전념했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다.

조재현 역시 "영화를 만들 때 고집이 세고 독단적인데 그건 고쳤으면 해요. 주변 사람 의견도 좀 많이 들어야죠" 라고 충고했다.

이제 그들은 6월 크랭크 인 할 김감독의 일곱 번째 영화 '나쁜 남자' 에서 감독과 주연으로 또 호흡을 맞춘다.

김감독과 조재현은 가히 서로를 페르소나(분신) 라 부를 만하다. 그들은 이제 더이상 감독.배우 사이가 아닌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