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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보다 '예쁜여자' 연예인 하리수

중앙일보

입력

"취미요? 십자수 놓기와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기에요" 키168㎝, 몸무게 48㎏, 허리 22인치의 늘씬한 몸매에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그리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나온 하리수를 본 뒤 내심 지녔던 기자의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무리봐도 완벽한 여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미모까지 갖춘. 여성스런 목소리에 말하는 중간 중간 머리를 매만지고 웃을 때는 쑥스럽다는 듯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는 몸짓이 그가 한때 남자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않을 정도였다.

"오늘 저 화장 너무 진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옷 원래 제 스타일 아니에요. 편안한 차림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섹시하고 뭔가 보여줄 게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연예계에 입문한 하리수는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노랑머리2」의 배우로, 화장품 CF의 광고모델로, 가수 데뷔를 위한 음반 작업까지 1인 3역을 해내고 있는 것. 최근엔 '컬트삼총사'와'터보'의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다.

"단지 제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유명세를 치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 역시 여느 연예인 못지 않게 열심히 생활하고 있거든요. 저라도 잘해서 음지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남들의 시선에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그에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놀이는 해 본 기억이 없다'는 그는 고교때부터 정기적으로 호르몬주사를 맞아왔다. 친구도 선생님도 그를 여자로 대했고 학교 밖에서는여자 화장실을 이용했다. 군대는 '면제'를 받았다. 호르몬주사로 인해 병역을 위한신체검사를 받을 당시에는 가슴이 제법 나왔었다.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고교시절 한번도 결석은 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반 친구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가 트랜스젠더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걸림돌이 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때 저와 사귀었던 아이가 저랑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넌 어차피 여자도 아니잖아'라고 말했을 땐 정말 큰 상처를 받았어요. 그 때 여자도 남자도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살기보다는 완전한 여자의 모습으로 바꿔 새 삶을 찾기로결심했지요" 그의 원래 꿈은 헤어디자이너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교 졸업후 일본으로유학을 떠났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그 곳에서 오랫동안 소망해온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통해 정신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여자가 됐지만 자궁이 없어 아이는 여전히 낳을 수 없다. 그래도 '서글서글하면서도 마음이 넓고, 섹시한' 남자를 만나면다시 한번 사랑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은 갖고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아직까지 1로 시작하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한 2로 바꿀생각은 없어요. 그 분들에게 귀한 아들을 잃게 하고 쉽지는 않거든요." 앞으로 국내에서 가수 활동이 자리를 잡으면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영화에도 계속 출연할 계획이라는 하리수는 "미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그런지 대학생 연기나 스릴러물에서 낮과 밤이 다른 다중적인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싶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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