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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 정민태와 가와사키의 동병상련

중앙일보

입력

'먹튀'. (돈만)먹고 튄다의 줄임말로 거액의 계약금만 받고 전혀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들을 비꼬는 말이다. 파격적인 계약금이나 연봉, 부대조건 등이 말해주듯 먹튀들은 대개 입단당시 구단의 기대와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그 팀에 입단하는 거물급들이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와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활약을 전혀 못보이며 주위의 속만 태운다.

올해 일본프로야구에도 (현재까지) 먹튀취급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요미우리의 정민태와 주니치의 가와사키가 그들이다.

먼저 올해 한국에서의 화려한 캐리어를 뒤로하고 재작년부터 소망하던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정민태는 총 이적료가 약 7억엔(연봉 1억엔 포함)이라고 추정될 정도로 역대 그 누구보다도 파격적인 대우로 일본에 입성했다. 이런 정민태에 대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의 넘버원이 요미우리로 온다며 큰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요란하기론 주니치의 가와사키가 더 했다. 그동안 야쿠르트의 우완에이스로 활약하며 98년 사와무라상을 차지하기도 한 가와사키는 작년말 FA권리를 획득한 후, 일본 팀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팀들까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할 정도로 귀한 몸이었다.

이후 가와사키는 장고 끝에 보스턴행을 단념하고 다년계약을 보장받고(올해연봉 1억엔), 주니치의 에이스 넘버인 20번까지 보너스로 받으며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주니치 입단은 라이벌 요미우리까지 긴장시킬정도로(가와사키는 요미우리한테만 통산 29승을 올리고 있다)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5월도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시점, 이들 투수들의 팀 기여도는 제로다. 두 투수 모두 시범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현재까지 1군경기에 단 한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2군에서 재활훈련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정민태는 3월 22일 요코하마와의 시범경기에서 1루 커버플레이에 들어가다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가와사키또한 시범경기 도중 오른쪽 어깨를 다쳐 지금까지 2군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부상은 팀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먼저 요미우리는 현재 선발진의 구멍이 상당히 크게 난 상황에서 정민태란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있고, 주니치역시 겉으론 별 탈이 없어 보이긴하지만 요미우리 킬러로 소문난 가와사키가 없는 탓에 요미우리전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본인들의 마음고생이 제일 클 것이다. 거액의 몸값을 받으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는데 전혀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속타는 마음은 그들밖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특히 정민태는 안타까움이 더 하다. 요즘 요미우리 마운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정민태에겐 다시없는 호기인데 이 기회를 그냥 2군에서 날려버리고 있기에 그렇다.

가와사키 역시 정민태보단 덜 하지만 주니치의 막강 마운드를 감안할때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선발자리 싸움에서 밀릴 우려도 있다.

이제 조만간 두 투수들은 2군경기에 등판해 감을 익힐 예정이다. 가와사키는 12일 2군등판 예정이 잡혀있고, 정민태도 MRI 검사결과 부상재발 우려가 없는 걸로 판명이 난 만큼 몸만들기에 한층 강도를 높일 것이다.

팀 입장에서도 두 투수의 중량감을 감안할때, 언제까지나 2군에 썩혀두지는 않을 것이다. 가와사키는 투수보는덴 일가견이 있는 호시노 감독에게 중용될 것이고, 정민태 역시 몸값이 몸값이니만치 적어도 1군무대에서 몇번의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에이스로서 확고한 위치를 누려왔던 두 투수가 앞으로 과연 계속 먹튀로 전락할지 아니면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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