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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주자보다 내가 강해” 문재인, 안철수 등판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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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안철수

범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예상보다 일찍 점화될 조짐이다. 25일 민주통합당 제주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승을 한 게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실제 문 후보가 먼저 불을 지폈다.

그는 경선 승리 직후 “민주당 후보가 되고 안철수 원장을 뛰어넘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꺾겠다”고 했다. “장외주자들보다 내가 더 강할 수 있다는 걸 각인시켰다”고도 했다.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끝났고 이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 측은 처음부터 경선 1·2위가 치르는 결선투표를 부담스러워했다. 2위에게 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었다. 안 원장과의 승부가 급한 상황에서 당내 경쟁에 발 묶여 시간을 낭비한다는 걱정에서였다. 그러나 모든 후보가 총력전에 나선 제주에서 60% 가까운 득표를 하고 김두관 후보의 ‘안방’으로 불린 울산에서까지 52.1%를 득표하면서 그런 우려를 덜게 됐다.

 모바일 투표 문제로 경선이 파행을 겪고 있지만 정상화되더라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거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6일 “지역별 연고에 따라 ‘비(非)문재인’ 후보 측의 선전은 가능하겠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기엔 동력이 달릴 것”이라며 “이런 기류는 경선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문 후보의 독주를 더욱 공고화시킬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여론은 안 원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아직 출마 선언도 안 한 터라 등판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안 원장 측은 당초 민주당 결선투표가 끝나는 9월 25일 이후를 출마 선언 시점으로 잡을 거란 얘기가 많았다. “민주당 경선 흥행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당분간 출마 선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민주당 측의 메시지가 안 원장 측에 전달됐었기 때문이다. 안 원장 측도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춘다는 의도였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람이 바뀐 이상 ‘플랜 B’를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실제 안 원장 측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전국을 도는 민생투어를 본격화한 게 좋은 예다. 안 원장은 13일 20~40대 여성 독서모임, 16일 전주 한국폴리텍대학, 21일 서울 은평구 자활센터, 23일 강원도 춘천 사회적기업을 잇따라 방문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룸살롱 출입 논란’에 대해 보여준 안 원장의 대처법이다. 안 원장은 24일 본인 명의의 e-메일을 기자들에게 돌려 강하게 반박했다.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대변인이나 측근의 입을 빌렸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건 출마 시점이 당겨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안 원장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는 25일 “경찰이 지난해 초 안 원장의 여자관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뒤 그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추정되는 강남 룸살롱 주변에 대한 뒷조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안 원장과 가까운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의 진원지가 경찰의 불법사찰이었다는 것이 너무 황당해 말이 안 나온다”며 “황당무계한 루머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 측은 “안 원장에 대한 사찰은 사실무근”이라며 “오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시스 측은 “여러 번 확인한 내용이다. 사실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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