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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폰’ 승부수는 아몰레드보다 선명한 화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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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경북 구미 생산공장에서 LG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칭) 생산을 위한 유리원판(Mother Glass)을 들고 있다. [사진 LG전자]

지난 24일 LG디스플레이가 언론에 공개한 경북 구미 공장. 일부 기자는 입장 때 제지를 당했다. 얼굴에 화장기가 있어서였다. “스킨 로션 성분이 조금만 공장 안에서 날아다녀도 제조 라인에 문제가 생긴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깨끗이 세수를 새로 한 뒤 방진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들어간 공장 안은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밀 로봇이 조용히 움직이며 유리 기판에 특수한 액체를 극소량 떨어뜨렸다. 공장 안에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금물이었다. 마스크까지 착용했지만 대화를 하면 아주 작은 이물질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LG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트루 HD IPS 플러스’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곳. LG전자가 다음 달 내놓을 차기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칭)에 쓰일 디스플레이다.

 옵티머스G는 LG 내에서 ‘구본무폰’ 또는 ‘회장님폰’으로 불리는 제품이다. 구본무(67) LG그룹 회장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LG그룹의 부품 제조 능력을 한데 모은 스마트폰을 제작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개발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노키아·모토로라와 함께 옛 휴대전화 시장에서 강자로 꼽혔던 LG가 스마트폰에서 약세를 보이자 구 회장이 특명을 내렸던 것. 현재 LG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채 5%가 되지 않는다. 삼성(32.6%)과 애플(16.9%)은 물론 대만 HTC(5.7%)나 중국 ZTE(5.2%)에도 밀렸다.

 옵티머스G 개발 프로젝트에는 ‘코드명 G’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G는 ‘위대한’이란 뜻의 영어 단어 ‘그레이트(great)’와 구 회장의 성씨 영문 머리글자를 동시에 뜻한다. 옵티머스G 개발에는 LG전자·이노텍·화학·디스플레이가 참가했다. 그룹이 총력을 모은 것이다. 그러고도 기획·개발에 1년 넘는 기간이 걸렸다.

 LG디스플레이 측은 “‘트루 HD IPS 플러스’가 옵티머스G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몰레드보다 해상도가 1.6배 높아 화질이 더 선명하다는 게 LG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스마트폰은 웹서핑, 동영상 시청 같은 ‘보는 기기’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해상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햇볕 아래에서도 화면이 잘 보이고, 전력 소비는 70%가량 줄였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G에는 또 다른 기술도 들어가 있다. 기존 스마트폰은 손가락 접촉을 감지하는 ‘터치 필름’을 액정 유리에 덧붙였다. 그러나 옵티머스G는 디스플레이 유리 자체에 접촉 감지 기능을 심었다. LG디스플레이 김병구 상무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1년 가까이 공동 기획 및 연구개발한 기술로 이 기술을 적용한 디스플레이는 전체 두께가 약 30% 얇아지고 외부 충격에 대한 강도가 높아지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LG는 다음 달 옵티머스G 출시가 최근 자사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판매 호조세를 가속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무엇보다 애플 아이폰5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옵티머스G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아이폰 5와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에 대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법원의 1심 평결 역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이번 평결에 따르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를 비롯한 상당수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이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해한 게 된다. 애플이 삼성 외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로 특허 분쟁의 범위를 넓힐 경우 LG전자 역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구미=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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