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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 등 땅 산 시기·위치 '절묘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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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강동석 장관의 처제 이모씨 명의로 돼 있는 인천시 중구 을왕동 일대 땅. 묘목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멀리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는 모텔들은 최근 개발 바람을 타고 들어섰다. 최정동 기자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처제와 친구가 사들인 인천공항 주변 땅이 의문을 낳고 있다. 땅을 산 시기나 위치가 외지인이 우연히 맞혔다고 하기엔 너무나 절묘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강 장관은 건강상의 이유로 11일째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다. 몸이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이 최근 신도시 주변 땅값 상승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때 열흘 넘도록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과천 관가에선 소문이 무성하다. 강 장관 처제와 친구의 땅도 의문의 진원지 중 하나다. 그러나 강 장관 측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어떤 땅인가=이씨와 황씨의 땅이 있는 인천시 중구 을왕동 일대는 인천국제공항의 서쪽 해안에 접해 있다. 과거에는 용유도였으나 공항을 건설하면서 용유도와 영종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해 지금은 영종도와 합쳐졌다. 2003년 7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용유도 일대 97만 평을 관광단지 예정지로 묶었지만 이들의 땅은 예정지 북쪽 끝에서 1km 정도 벗어나 있다. 바로 옆이 왕산 해수욕장이다.

땅은 나지막한 산 앞의 완만한 경사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앞쪽으로 넓은 밭과 서해 바다가 보인다. 이 때문에 바로 앞에 모텔이 두 곳 들어섰고, 옆에도 모텔 공사가 한창이다. 이씨와 황씨 땅 바로 옆에는 대형 민박건물도 있다.

현지 A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을왕동 일대 땅은 거의 대부분 관광단지로 묶였는데 주민들이 살고 있는 북쪽만 제외돼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단지 1단계 사업지구 조성계획에 포함된 곳은 강제 수용될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지만 수용 예정지에서 빠진 곳은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땅 옆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2002년 도로공사가 시작돼 현재 왕복 2차선 도로가 만들어졌고, 이 길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일부 진행 중이다. 땅에는 최근 심은 듯한 어린 나무가 드문드문 있다.

◆땅 매입시기 의문=강 장관의 처제 이모씨는 1999년 2월에, 황씨는 같은 해 12월에 각각 인천시 중구 을왕동 일대 땅을 샀다. 당시 강 장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강 장관은 94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 생길 때부터 이사장을 맡아 공항 건설을 주도해왔다. 공항 주변 땅의 개발계획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였다.

이씨가 땅을 산 시점이 용유.무의 관광단지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직전이었고, 이씨와 황씨 땅이 이후 강제수용 예정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연으로만 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이들은 강 장관이 94년부터 이사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영종도를 자주 왕래했고 이 과정에서 을왕동 일대 땅을 찾아내 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발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직전 강제수용 예정지를 절묘하게 비켜간 땅을 외지인이 정확히 골라내 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연히 좋은 땅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형부와 친구가 건설 책임자로 있는 개발지역에 땅을 사서 많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오해를 살 만한 소지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두 사람 땅 나란히 붙어=황씨는 이씨가 누군지도 몰랐고 바로 옆에 이씨 땅이 있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씨가 산 땅은 이씨 땅과 맞붙어 있다. 번지수가 연이어진다. 만약 황씨 말이 맞다면 이씨와 황씨를 동시에 아는 사람이 땅을 소개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모두 "강 장관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황씨가 땅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정경민.허귀식.김종윤.김원배 기자 <kslin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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