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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간절한 8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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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축구에서 살 떨리는 8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30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우열반이 갈린다. 8위 안에 드는 팀은 우승을 노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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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K-리그에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도입됐다. 1983년 문을 연 K-리그는 대부분 시즌을 정규리그+플레이오프 제도로 치렀다. 리그 후반엔 4~6개 팀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에 들기 위한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순위 싸움에서 밀린 팀들은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정규리그 성적이 없어지고, 단판 승부로 최종 성적이 가려진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승강제를 도입하면서 스플릿 시스템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플릿 시스템은 우선 16개 팀이 풀리그 방식의 30라운드를 치른다. 이 성적에 따라 1~8위가 ‘우등생’으로 뽑혀 상위그룹에 들어가고, 9~16위가 하위그룹으로 편성된다. 그리고 상·하위 그룹이 나뉘어 팀당 14경기씩을 더 치른다. 앞선 30라운드의 성적이 그대로 이어진다.

 ‘우등생’이 모인 상위그룹 8개 팀은 2012시즌 왕좌를 놓고 싸운다. 현재 서울과 전북·수원·울산·포항·부산은 상위그룹에 합류했다. 제주까지 총 7개 팀의 상위그룹 합류는 확실시된다. 상위그룹에서 1~3위 안에 들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눈앞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하위그룹은 2부리그 강등권(15~16위)에 들지 않기 위해 처절한 생존 싸움을 해야 한다. 8위 커트라인 선상에 있는 경남과 대구·인천·성남은 하루하루 죽을 맛이다. 패배는 곧 하위그룹 추락을 의미한다. 감독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최진한 경남 감독의 풍성하던 머리숱은 사라졌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올 시즌 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있다. 김 감독은 “중압감 때문에 도저히 담배 없이는 버틸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의 절박함은 이변을 일으켰다. 인천은 23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해 5연승을 달렸다. 인천은 전날 승리로 8위에 올라선 대구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성남도 제주를 2-1로 물리치고 실낱 같은 8위 희망을 이어갔다. ‘우등반’의 마지막 한 자리는 26일 오후 7시 전국 8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리는 K-리그 30라운드에서 가려진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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