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근무하는 김지훈(38·서울 잠실동)씨는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를 3년째 듣는 ‘남성 쿠킹족’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서양음식을 제대로 알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업무 때문에 외국인과 서양식 식사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배워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 계속 등록하게 됐고, 이제는 동료들을 집에 초대해 파스타 같은 걸 직접 요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리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의 문화센터엔 요리 강좌 신청자 넷 중 하나가 남자다. 다음 달 시작하는 90개 요리 강좌에 600명 조금 안 되는 사람이 접수했다. 이 중 140명, 즉 24%가 남성이다. 지난해 가을학기 신청자 중엔 15%였다.
현대백화점 백성혜 문화센터장은 “혼자 사는 남성의 수강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해외 유학 중 혼자 살며 요리를 해봤던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주 5일제가 정착돼 남성 쿠킹족이 더 늘었다.
요리 강좌는 남성 수강생에게 맞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우선 시간을 바꾼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다음 달 주말 ‘아빠랑 함께하는 쿠킹타임’을 시작한다. 아이들과 케이크·쿠키를 구워보는 수업이다. 홍영준 문화사업담당 매니저는 “평일 요리 강좌에는 남성 수강생이 10% 수준인데, 주말이면 더 많이 올 것 같아 기획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 유독 남성 쿠킹족이 몰린 것도 시간 때문이다. 이곳은 올해 초에 평일 오후 7~9시 요리 강좌를 10개 늘렸다. 종전 요리 강좌는 오후 5~7시까지만 했다. 이 같은 시간 변경으로 남성 수강생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주방용품 회사인 르크루제 코리아는 오는 30일 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를 연다. 이 강의를 맡은 요리연구가 최주영씨는 “‘냄비 하나만 가지고 하는 요리’ 같은 식으로 남성을 위한 간편한 요리법을 전할 생각”이라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남성용 요리 강의도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