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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희망의 도구인가? [3]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생활 침해하는 쿠키·CRM

강력한 테크놀로지와 감시의 확산은 프라이버시를 넘어 사회를 위협한다. 사진은 기자회견장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백지영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프라이버시권은 사회의 유지와 통제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사생활 자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吳양과 白양 비디오에서 보듯 우리는 이미 한 개인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다양한 정보기기들과 감시 장치들은 사회적 관음증의 확산과 더불어 우리의 모든 일상을 감시한다. 모 여대 화장실 비디오 등 수많은 몰래카메라의 확산과 관음증을 조장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확산, 인터넷은 이미 사생활 보호에 관한 한 공범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자체에서 벌어진다. 웹 사이트 접속시 발생하는 쿠키(Cookie)는 모든 개인들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면밀히 기록한다. 고급의 원투원 마케팅(One-to-One)을 지향하는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은 소비자가 접속하는 순간 소비자의 움직임을 읽어내며, ‘스펙트소프트’(Spectorsoft)나 ‘테크 어시스트(Tech Assist)’사에서 개발한 ‘데스크톱 서베일런스(Desktop Surveillance)’ 같은 감시용 소프트웨어들은 인터넷의 사용기록뿐 아니라, 개인들이 타이핑하는 정보까지 감시한다. FBI는 ‘커너보이(Carnivore)’라는 시스템을 작동, 특정 ISP에 흐르는 모든 전자우편과 정보를 탐지하며, NSA(US National Security Agency)가 주도하는 에슬런 프로젝트(Echelon Project)는 전세계에 흐르는 정보량의 70%를 감시한다.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원인은 감시의 주체가 국가나 정보기관, 매스미디어에서 점점 기업과 개인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사이버슬래킹(cyberslacking)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장 감시와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 유형화, 고객 데이터 판매 등 다양한 범주에 걸쳐 프라이버시권을 위협한다.

작업장 감시와 관련, ‘미국경영협회’는 미국의 주요 기업 중 거의 1/3에 가까운 73.5%의 기업이 전화와 e-메일, 인터넷 사용, 컴퓨터 파일 등 노동자들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활동을 감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제록스’사는 1999년 10월 인터넷으로 음란물이나 도박 사이트를 접속했다는 이유로 직원 40명을 해고한 바 있다.

파산 직후 35만 고객정보 팔아 넘긴 부닷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의 데이터가 아무런 동의 없이 다른 기업이나 서비스업자에게 팔려간다는 사실이다. 패션 전문 업체였던 ‘부닷컴’은 회사가 파산하자 고객 35만명의 데이터를 ‘패션몰닷컴’에 넘긴바 있으며, ‘토이스마트닷컴’은 고객 데이터를 ‘월트디즈니’에 판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소됐다.

脫정보화 사회를 주창하는 네그로폰테(N. Negroponte)는 앞으로 사회는 인구학적 단위를 넘어 개인-심리학적 단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모든 사고와 심리적 상태, 개별적인 이벤트 등이 정보화되는 진정한 개인화 사회로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넓어진다. 실제로 정보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는 점차 정신과 커뮤니케이션 차원으로 확산되었으며,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성숙되고 있는 지금 유전자에 대한 침해로 확산되어갈 전망이다. 강력한 테크놀로지와 감시의 확산은 프라이버시의 위협을 넘어 사회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구나 그것이 기술적인 가능성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위협의 정도는 더 커진다. 대화와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테크놀로지, IP의 보전, 솔루션의 발달 등은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더욱 더 조장할 것이며, 누가 과연 그 침해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보호할 것이냐는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은 ‘침해하는 자’와 ‘침해 당하는 자’가 ‘제도적인 동의 또한 합의’의 공간에 서있다는 점이다. 주유소를 갈 경우, 은행을 갈 경우, 웹 사이트에 접속할 때, 수많은 신상정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남겨 준다. 그 결과 개인은 정보제공의 혜택을 받으며, 유출된 개인정보는 후속 판매를 위해 사용된다. 제도적인 편리함에 개인이 스스로 프라이버시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기든스(A. Giddens)가 ‘제도적 타협’이라고 불렀던 근대적 공간은 그렇기에 다양한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한다. 문제는 누가 과연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는 사실이다. 더구나 그 대부분이 알고리즘을 가진 컴퓨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만약 누군가의 손에 의해 조작되고 再탄생된다면… 영화 ‘네트’에서 본 것처럼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였던 ‘안젤라 버넷’이 온갖 살인과 마약, 강도, 상해로 가득 찬 ‘루스 막스’로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라도삼(사이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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