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의 슬램덩크] '진짜 공룡' 뺨치는 오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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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는 농구가 최고 효자종목?'

프로농구(NBA) 포스트시즌에서 고향팀 레이커스의 기세가 무섭다.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각종 불화설에 휩싸였던 레이커스는 막상 플레이오프가 시작하자마자 4경기를 모조리 승리하며 4월4일(한국시간) 이후 12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7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8강전 첫경기에서도 북가주 라이벌 새크라멘토 킹스를 108-105로 일축하며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다.

공교롭게도 레이커스가 승리한지 4시간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8강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도 홈팀인 또다른 '킹스'가 콜로라도 애벌랜치를 1-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3패를 만들어 LA전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변모시켰다.

LA에서 농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때 레이더스 · 램스가 주름잡던 미식축구팀은 하나도 남지 않고 다저스(야구) · 킹스(아이스하키)도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어 2연패를 노리는 농구가 유일한 자존심으로 남아있다.

레이커스의 최근 상승세는 단연 진짜 공룡보다 더 무서운 센터 섀킬 오닐이 이끌고 있다.

올해초 뒤늦게 루이지애나주립대 졸업 학사모를 써 화제를 모은 오닐은 6일 홈경기에서 44분동안 44점을 몰아넣고 21리바운드 · 7슛블록으로 원맨쇼의 진수를 선보였다.

7피트2인치 · 320파운드의 거구가 경량급 권투선수처럼 민첩한 몸놀림을 보이며 대부분의 득점을 무자비한 원핸드 덩크슛으로 꽂아넣었다.

새크라멘토의 포워드 크리스 웨버는 "온갖 '발악'을 했지만 그를 견제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칙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레이커스의 '꾀돌이' 코비 브라이언트는 갈비뼈 부상 후유증으로 29점 · 5어시스트에 그쳤지만 개인기보다 팀워크에 치중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전력을 유지할 경우 레이커스의 앞길을 막을수 있는 요소는 오직 그들 자신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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