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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국 '푸둥지구' 외국자본 각축장

중앙일보

입력

4백m가 넘는 88층짜리 진마오(金茂)빌딩을 중심으로 치솟은 각양각색의 고층 빌딩들. 시원하게 뻗은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의 물결.

중국 경제의 견인차로 불리는 상하이(上海)푸둥(浦東)지구는 활기에 넘쳤다.

상하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푸(黃浦)강의 동쪽 지역을 뜻하는 푸둥은 중국 정부가 11년 전 이맘때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푸둥 변화의 동력은 외국자본. 지난해 말까지 푸둥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3백43억달러(약 44조6천억원)로 중국이 이곳에 투자한 금액(3백억위안.약 4조8천억원)의 10배에 가깝다. 외국자본 중 홍콩자본이 5분의1 남짓 되고▶미국 19.2%▶독일 11.1%▶일본 10.4% 순이다.

한국은 80여개 업체가 5억달러를 투자해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가 몰리자 땅값이 올랐다. 수출가공.무역지구인 진차오(金橋)수출가공구의 땅값은 ㎡당 90달러(평당 약 38만원)로 웬만한 국내 지방공단보다 비싸다.

"푸둥은 공항.항구 등 물류 인프라와 자동차.철강.섬유 등 다양한 제조업이 발달해 경제발전의 조건을 고루 갖췄다.

지금까진 기초를 다졌지만 이젠 생물의학.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도약할 때다. " 푸둥경제무역국의 왕신링(王辛翎)부국장은 자신에 넘쳐 있었다.

외국 기업들이 푸둥에 앞다퉈 투자하는 것은 13억 인구의 중국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서다.

상하이시를 중심으로 장쑤(江蘇).저장(浙江)성 등을 포함한 화둥경제권은 중국 전체 소비의 36.3%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세계 5백대 기업 중 인텔.모토로라.IBM.뒤퐁.샤프.지멘스.제너럴모터스 등 1백8개가 이미 이곳에 둥지를 틀었거나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푸둥에 진출하려면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들어와도 돈만 날리기 십상이다. "

무선통신 부품업체로 지난해 8월 진차오 수출가공구에 공장을 세운 KMW의 신훈 이사는 중국 진출 기업은 인건비 따먹기식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申이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다고 해서 시장을 개방하며 관세를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국내 기업의 현지화가 필요하다" 면서도 "중국에 진출하려면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도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긴 하다. 올 1분기까지 국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43억3천만달러로 미국(74억3천만달러)에 이어 둘째로 많고, 해외투자 총액(2백59억6천만달러)의 16.7%를 차지했다.

특히 올 1분기엔 중국 투자액(1억3천만달러)이 미국(1억2천만달러)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는 98년에 8억2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99년 4억6천만달러, 2000년 6억5천만달러로 주춤한 상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종일 중국총대표는 "중국의 발전속도로 볼 때 3~5년 뒤에는 중국에서 팔아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것" 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한풀 꺾인 중국 진출 열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상하이〓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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