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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의 실험…아파트용지 분양에 ‘페이퍼컴퍼니’ 사라질까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한국토지공사(LH)는 이달 말 세종시에서 건설업체를 상대로 아파트 용지 8필지를 분양한다. 1-1생활권의 L1~L6블록과 M7블록, 1-2생활권 M4블록 1필지다.

LH는 이달 말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나오는 용지는 입지여건이 괜찮은 데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좋아 건설업체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번 아파트 용지는 새로운 방식으로 공급된다. 지금까지는 주택건설업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LH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것이다.

아파트 청약처럼 우선순위 둬

아파트 청약처럼 우선순위를 뒀다. 1순위는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 주택건설실적 및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다. 2순위는 ‘주택건설사업 등록 및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 3순위는 ‘주택건설사업 등록이 돼 있는 업체’다.

1순위에서 마감되면 2순위나 3순위에게는 당첨 기회가 없는 것이다. 아파트 용지 분양에 이처럼 우선순위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H 측은 “도시의 품격을 고려해 설계 및 시공능력이 우수한 업체가 우선분양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용지 분양 신청만 한 뒤 당첨되면 시공권을 모회사로 넘기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인기 공공택지 아파트 용지 분양에는 이 같은 페이퍼컴퍼니가 어김없이 등장해 분양시장을 어지럽혀 왔다.

특히 먹거리가 부족한 중견건설업체가 적게는 한 두 개, 많게는 수십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아파트 용지 분양에 참여해 온 것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는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서류상으로만 계열 건설업체를 만들어 참여해 온 것이다. 서울·수도권 공공택지는 물론 지방 공공택지에서도 대형건설업체 아파트보다 중견건설업체 아파트가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페이퍼컴퍼니 사라질까

그래서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LH 등 공공기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용지에는 모회사와 관계사가 함께 참여해도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없다”며 “이 때문에 양심적으로 참여한 건설사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업체도 불만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회사 안팎의 시선 때문에 중견업체처럼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도 없다”며 “그러다 보니 인기 공공택지에서는 아예 중소형 용지는 포기하고 경쟁입찰 방식인 중대형에 입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견건설업체는 불만이다. H사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재개발·재건축 수주는 엄두를 못내고 공공택지 사업으로 먹고 살아왔다”며 “이 마저도 당첨 확률이 줄면 중견업체는 뭘 먹고 사느냐”고 토로했다.

중견건설업체의 설명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기 때문에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장 논리와 공정한 게임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중견·지방건설업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택지 아파트 용지 분양 방식을 보완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중견건설업체가 공공택지 아파트 용지를 싹쓸이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모양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세종시 아파트 용지 분양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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