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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김병일과 허울좋은 해외진출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6일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은 지난 98년 가을 입단한 김병일을 방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선수가 방출되는 것은 프로야구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입단한 지 3년도 되기 전에 제대로 검증을 받지 못하고 쫓겨 났다는 부분은 수긍하기 힘들다.

김병일은 지난 ’94년 중앙고 3학년 때 동기 송신영(고려대-현대 유니콘스)을 제치고 팀 에이스로 성장하여 좋은 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동국대에 진학해서도 140km/h 대의 직구를 주무기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절히 구사하여 좋은 성적을 올려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김병일은 187cm·85 kg 의 좋은 신체조건을 지녀 프로에 와 잘 다듬으면 대형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런 이유로 98년 11월에 있었던 프로야구 2차 신인 지명에서 1라운드에 지명될 것이 확실했었다. 그러나 당일 아침 김병일은 그 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피츠버그 파이러츠와 8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하여 그를 지명하려던 국내 각 구단의 스카우터들에게 쓴 웃음을 가져다 주었다.

김병일은 입단 이후 다른 미국 진출 선수와는 달리 소식이 뜸하여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는 방출 혹은 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은 되었으나 마이너리그의 공식 경기에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김병일은 비록 미국 무대에서는 실패를 맛보았으나 그에게 아직 고국에서 뛸 자격이 있기 때문에 야구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복귀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병일은 다행이 국내 구단의 지명만 받으면 그라운드에 다시 나갈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무분별한 아마야구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막기 위해 ‘해외진출 아마선수는 국내 복귀를 하더라도 5년간 뛰지 못한다.’라는 땜질용으로 만들었던 규약에서는 ’99년 1월 1일 이후 진출한 선수만이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도 방출된 선수를 연고권을 가지고 있는 LG 트윈스나 두산 베어스가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다른 구단에서도 적극성을 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가져다 준 메이저 리그 신드롬은 대단하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예전에 제대로 지니지도 못한 꿈을 현실화될 수 있기에 조금만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가 더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4년 박찬호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진출한 경희대 출신의 좌타자 최경환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 등을 전전하다 멕시칸리그로까지 내려가 메이저 리그 입성을 꿈꾸었으나 결국 귀국하고 말았다. 트윈스가 2000년 1차지명으로 그를 입단시켰으나 기량이 떨어져 1군 엔트리에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LA 다저스에 입단했던 정석과 뉴욕 메츠에 동생 서재응과 입단했던 서재환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고교 선수로 입단했던 김재영 역시 제대로 꽃 피우지도 못하고 귀국하고 말았다. 이 중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또한 조진호-김선우-이상훈-최희섭-봉중근 등 미국에 진출한 많은 선수들 중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선수는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조만간 이들 중 대부분이 국내행 비행기를 탈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국내 학원야구에는 아직도 자신 혹은 자신의 아들이나 제자가 미국 무대에서 맹활약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상 밖으로 많다는 데 문제가 많다.

이들을 이용해 자칭 에이전트들이 설치고 있으나 선수들은 제대로 성공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사이비 에이전트에게 속고 난 뒤 후회하는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이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 협정 개정 문제는 미국의 비협조로 당장 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넘어 가더라도 KBO는 자신들의 무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더 많은 혜택이 있도록 지명 제도 및 해외진출 자격요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아마 야구 관계자들도 당장의 이익을 챙기려 하기 보다는 진정 선수들을 위하고 멀리 내다보면서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줘야 할 것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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