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명당을 잡아라" 풍수지리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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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 분양전략의 하나로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모르게 풍수지리에 신경을 써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최근 들어 이를 분양 전략으로까지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오는 18일부터 종로구 내수동에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등 대규모 주거타운을 분양하는 쌍용건설. 쌍용건설은 '경희궁의 아침'이란 브랜드로 명명한 이곳이 풍수지리학적으로 백두대간에서 흘러온 정기가 모여 대대로 왕이 태어난다는 용맥(龍脈)이며 조선시대왕궁터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곳은 조선시대 왕실의 자금을 관리했던 내수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정조와 인조가 즉위했고 순조에서 헌종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왕들의 거처나 집무실로 사용됐던 옛 경희궁의 자락이기도 하다는 것이 쌍용건설의 설명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99년 마포구 마포동에서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현장 밑을 관통하는 금맥을 발견, 뒤늦게 이곳이 길지라는 호평을 받은데 이어 아파트 이름을 마포 쌍용아파트에서 쌍용 황금아파트로 바꾸기도 했었다.

금호산업도 오는 28일부터 청약을 시작하는 여의도 주상복합아파트 '리첸시아'를 분양하면서 이곳이 명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강물이 흘러나가는 것이 아니라 유입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 복(福)을 불러들이는 명당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금호산업의설명이다.

한편 대한주택공사는 지난 1월 용인 신갈지구에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새천년 그린빌 아파트 단지에 풍수지리를 이용한 설계를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공은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흐르는 주변지세를 감안, 단지의 주생태축을 설정하고 지역명칭도 풍수지리 개념을 도입한 갈아-갈곳-갈근-갈피-갈엽마을로 했을뿐 아니라 기존 산세와 하천을 살리기 위해 160%의 낮은 용적률을 적용했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주공은 건설업계의 동면기인 1월에 분양을 했음에도 100%계약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일부 아파트의 경우 2천500만-3천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어있는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풍수지리 사상이 한국민의 정서에 뿌리깊게 박혀있어 명당과 길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최근 이를 이용한 홍보전략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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