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증권사 랩어카운트 수신고 3조원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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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의 현대증권 63오피스 지점.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54층에 자리잡은 이 지점은 부유층을 상대로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만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면 전문 투자상담사가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준다.

나선훈 지점장은 "투자자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과학적인 투자 기법을 동원하고 투자 성과도 정기적으로 알려준다" 고 말했다.

여윳돈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준다는 랩어카운트는 지난 2월 도입된 뒤 석달 만에 예탁자산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 돈 얼마나 몰렸나〓삼성.현대.LG투자.대우 등 시중 10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수신고는 2조8천억원선. 삼성(1조2천억원).현대(7천억원).LG투자(4천8백억원) 등 대형증권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평균 예탁금액이 3억9천만원이었다.

계약자 수는 개인과 법인이 7대3의 비율이지만 예탁자산 규모는 법인이 60%를 넘었다.

LG투자증권 임복형 자산관리영업팀장은 "그동안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데다 채권시장마저 불안해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가입을 꺼렸다" 며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점차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어떻게 굴리나〓그동안 증시 불안으로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예탁금액의 3분의1 정도를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아넣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자산 중 29%가 MMF였고 뮤추얼펀드가 19%, 채권형이 11%였다. 반면 주식형은 5%에 그쳤다.

법인투자자는 MMF 비율이 28%, 채권형이 22%였고 주식형은 21%를 차지해 주식형 비율이 만만치 않았다.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한완선 교수는 "증권사들의 운용 노하우가 부족해 자산 배분이 MMF에 집중됐고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과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며 "장기적으로는 지금처럼 자문형 랩어카운트에서 벗어나 증권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을 인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오경백 금융상품팀장은 "미국의 랩어카운트도 정착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며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 고 주장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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