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월드시리즈 최고의 명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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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2회 끝내기 홈런.

한해의 메이저리그를 결산하는 월드시리즈에는 숱한 화제거리가 많다. 페넌트레이스 중에도 이루기 힘든 '퍼펙트게임(돈 라센)' · '9회말 결승홈런(빌 마제로스키)' · '1경기 17탈삼진(밥 깁슨)' 등.

그러나 1975년 10월 22일(정확하게는 23일 새벽 0시 34분)에 끝난 신시내티 레즈-보스턴 레드삭스의 6차전처럼 극적인 경기는 없었으며 지금까지 경기시간 4시간1분 · 연장 12회 · 스코어 7-6의, 월드시리즈 사상 최고의 걸작을 뛰어넘는 경기는 다시 없었다.

신시내티 0 0 0 0 3 2 1 0 0 0 0 | 6
레드삭스 3 0 0 0 0 0 0 3 0 0 1 | 7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1회말 프레드 린의 3점홈런으로 보스턴의 리드. 그러자 켄 그리피의 싹쓸이 3루타로 5회 3-3 동점. 6회초 2사 후 조지 포스터의 적시 2루타로 신시내티가 2점을 얻어 5-3으로 리드하더니, 다시 7회초 시저 제로니모의 솔로홈런으로 점수차는 6-3으로 벌어졌다.

8회말 2사 후 보스턴의 버니 카보가 3점홈런을 쳐내 경기는 다시 6-6 동점이 됐다.

9회말 대니 도일이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칼 야스츠렘스키가 적시타로 1, 3루를 만들자 이제 승리는 보스턴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짖꿏은 심술장이. 후속 프레드 린의 외야플라이가 병살타로 처리되면서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11회초 신시내티의 조 모건이 주자를 1루에 두고 통열한 타구를 날렸으나 드와이트 에반스가 펜스에 뛰어오르며 걷어내니 만사끝장.

연장 12회말, 보스턴의 포수 칼튼 피스크가 타석에 들어섰고, 신시내티는 8번째 투수인 패트 다시를 마운에 올렸다.

다시는 주무기인 싱커를 던졌으나 피스크는 기다렸다는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3루선상을 타고 높이 날아갔다. 타자인 피스크는 타울인줄 알고 타석에 서서 타구만 바라보았다.

파울지역으로 벗어날 것 같던 타구는 그냥 뻗어 드디어 폴에 맞고 떨어졌다. 연장 12회말, 결승 굿바이 홈런이 터진 것이다. 1만2천205명의 관중이 무려 4시간1분에 걸친 격전에서 풀려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업치락 뒷치락의 홈런공방은 피스크의 홈런 한방으로 모두 끝. 결국 6차전을 잡아낸 신시내티는 7차전에서 레드삭스를 4-3으로 꺾고 월드시리즈의 주인이 됐다. 그 뒤로 이같은 '걸작 월드시리즈'는 다시 볼 수 없었다.

※ 김창웅의 핀치히터 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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