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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대입 자기소개서는 ‘지원자 평가서’ … 봉사 경험서 자신의 행복 확인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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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이나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평가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선생님 추천서도 마찬가지다. ‘지원동기’ 문항에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초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서울대 자기소개서에서는 ‘서울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쓰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학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자신의 성격과 능력이 학교 특성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쉽게 말해서 ‘지원동기’는 “나, 안 뽑으면 학교가 손해야”라고 할 만큼 자신이 선발될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소개서는 자기주도형 입시 전형과 관련된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교나 학과에 맞게 꾸준히 일관되게 공부하고 활동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기 주도하에서 ‘기획→실행→결과’의 탐구과정이 이뤄진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먼저 각 문항에서 묻고 있는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고의 경우 ‘성장과정’과 ‘수학 과학 탐구활동’을 동시에 묻고 있다. 여기서 ‘성장과정’은 지원자의 가정사로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수학 과학 탐구활동’과 관련시키는 것이 좋다.

 서울대의 경우에는 ‘성장과정’은 별도 문항에서 따로 묻는다. 이것의 의미는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과정을 깊게 성찰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묻고 있는 문항이 비슷하더라도 그 의미는 다른 것이다.

 수많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중에는 입학사정관들의 눈을 찌르는 소개서들이 있다. ▶지원자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스토리가 있고 ▶경험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게 표현돼 있다.

 추상적인 말들로 쓰여 진 자기 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의 머리와 눈을 피곤하게만 하고 감동을 주지 못한다. 1000~1200자 내외의 짧은 글에서 이런 것들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글을 여러 번 다듬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봉사해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대부분 큰 충격과 감동을 받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그늘진 곳’이 있음을 생생히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체험은 개인에게는 매우 큰 의미지만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체험을 쓸 경우 남이 생각하지 못한 깨달음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을 위안하거나 자신의 행복을 확인해서는 안 된다. 봉사활동 문항에서 이러한 서술은 절대 금물이다.

 과학고의 경우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에 적합한 인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항이 있다. 이 문항을 서술할 때, 스스로 남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음미해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유재완 조동기국어수학전문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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