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끼 든 '링컨 대통령', 사실 엄청난 비밀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링컨(벤자민 워커)은 은도금 도끼로 뱀파이어에 맞선다. [사진 20세기 폭스]

사실과 허구를 버무린 ‘팩션(Faction)’이 대세라지만 이 영화는 발상의 한계를 초월한 듯 하다.

 3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액션물 ‘링컨:뱀파이어 헌터(3D)’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곤 하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 뱀파이어(흡혈귀)와 싸우는 ‘뱀파이어 사냥꾼’이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미국의 명운을 걸고 뱀파이어 조직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우리로 치면 세종대왕이 알고보니 악귀를 물리치는 퇴마사였다는 설정 쯤 될까.

 영화에서 링컨은 낮에는 정치인의 꿈을 차곡차곡 다져가지만 밤에는 도끼를 들고 뱀파이어와 혈투를 벌인다. 거침없는 상상력은 할리우드 영화의 자산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링컨 대통령과 뱀파이어 호러액션이라는 B급 장르를 너무 진지하게 결합했다. 흔한 유머코드조차 없다. 그 결과 미국 역사의 비극인 남북전쟁마저도 흑인노예를 안정적인 ‘식량’으로 삼던 뱀파이어 괴수가 링컨의 노예해방에 맞서기 위해 남부를 사주해 일으킨 전쟁이라는 식으로 변질된다. 영화 속에서 링컨은 남군에 투입된 뱀파이어 군대에 밀려 전황이 불리해지자 ‘필살기’를 들고 직접 전장에 나서 뱀파이어 괴수와 결전을 벌인다. 링컨 대통령이 배트맨 못지않은 ‘슈퍼히어로’로 다시 태어났다.

 역사와 상상이 과도하게 뒤섞이며 영화는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퓨전요리가 되었지만, 톡 쏘는 맛은 있다. 절제된 영상미의 액션신이 돋보인다. 뱀파이어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링컨이 복수를 위해 도끼로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에서는 브루스 리(이소룡)의 정서가 묻어난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51·러시아) 감독은 16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링컨의 격투신은 동양무술을 응용한 것이다. 이고르 최라는 한국계 무술감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티무르 감독은 ‘나이트 워치(2004)’ ‘원티드(2008)’ 등을 통해 감각적인 액션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링컨을 빼다박은 듯한 외모의 주연배우 벤자민 워커를 보는 것도 재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