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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백금 추월…다시 불황 전조인가?

미주중앙

입력

백금(플래티넘)의 가격이 금값보다 높은 것은 상식이다. 2000년 이후 장기 추세를 보면 백금이 금보다 20~30% 높은 가격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두 황제 금속 간의 위상이 역전돼 금값이 백금값을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국제 금값은 온스(31.1g)당 1623달러 선이었다. 반면 백금값은 온스당 1395달러 선을 나타냈다. 금이 백금보다 220달러(16.3%) 비싸게 거래됐다.

이런 역전 현상은 3월 중순 이후 다섯 달째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전문가들이 그 역전 현상을 불황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백금은 연간 생산량 중 60%가 산업용으로 쓰인다. 따라서 '실물경제의 맥박계'라고 불릴 정도. 백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자동차 회사다.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백금촉매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재정위기에 노출된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을 중심으로 한 생산 감축에 따라 백금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반면 금은 산업용보다는 자산가치의 보존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다. 대체로 경제가 불안하고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 값이 오른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탓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도지고 중앙은행의 3차 양적완화(QE)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백금과 금 가격의 역전은 과거에도 글로벌 경제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바로미터였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뒤 재침체) 직전인 1979년 하반기 1차 걸프전 침체 직전인 90년 하반기에 모두 금값이 백금 가격을 웃돌았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하반기에도 그랬다.

WSJ는 "최근 금과 백금 가격의 역전 폭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85년 이후 27년 새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상품분석팀장인 톰 켄덜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백금값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수요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상황에 비춰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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