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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에게 신속 결정권 … 이란 공습 임박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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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공습설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12일(현지시간)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끝났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 언론들이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음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다니 아얄란 외무부 차관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대화가 결렬됐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군사공격 등)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아얄란은 “이란은 수주일 안에 모든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일간 예디오스아로노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전 가을에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인용자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일간 하레츠도 바라크 장관으로 여겨지는 익명의 ‘정책 결정권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태의 긴급성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선 이란이 아직 면책구역(immunity zone)에 접근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이란은 곧 면책구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면책구역은 군사공격을 받아도 피해를 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바라크 장관은 이란이 공중에서 폭격해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핵시설을 지하 벙커로 옮기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원의 요엘 구잔스키는 “이스라엘이 실제로 (공습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그동안엔 몇 개월을 말했지만, 지금은 몇 주를 말한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정부는 12일 네타냐후 총리의 정책 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정부 규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 없이 제안된 사안에 대해 각료들이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에서 12시간으로 줄여 신속한 정책 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노동당 등 야권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공격 결정을 더 쉽게 하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고 비난할 정도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달래고 있는 입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9일 “이란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미 정부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역시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다. 미 공군은 지난달 레이저 유도 폭탄(GBU-28)보다 중량이 6배나 큰 레이저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20기 이상을 실전 배치했다. 마이클 돈리 미 공군장관은 “탄두 폭발력이 5300파운드(2.4t)나 되는 이 신형 벙커버스터는 북한·이란 등 미국의 눈엣가시 같은 ‘불량국가(rogue countries)’의 지하 핵시설을 최고 200피트(60.96m)까지 뚫고 내려가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은 또 지하 핵시설 공격을 위해 지하 표적을 공격하는 가상훈련을 확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미 공군이 지난달 네바다주 소재 넬리스 공군기지 인근에서 실시한 ‘레드플랙 훈련’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지하 시설을 공격하는 기술을 집중 훈련했다는 것이다. 미 공군의 칩 톰슨 대령은 “지하 표적은 특히 이란과 북한 시나리오에서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필요한 기술을 조종사들이 습득하게 하기 위해 훈련 시나리오에 가상의 지하 표적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형 벙커버스터 실전 배치와 미 공군의 지하 표적 훈련 등 움직임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의 중심지인 포르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인내력이 점점 한계를 느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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