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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무서운 반란'…아파트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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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택시장에서 ‘짝퉁’이 진짜를 눌렀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거용으로 쓸 수 있지만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 얘기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를 타고 같은 단지에서 소형아파트인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몸값이 더 비싸졌고 상층부인 로열층을 차지한 것이다.

 이달 말 우석건설이 충남 세종시에 분양할 예정인 더리치 호수의 아침. 도시형생활주택 288가구와 오피스텔 289실로 이뤄진 복합단지다. 업체 측은 오피스텔 분양가를 도시형생활주택보다 10%가량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이 단지의 저층부인 2~9층에 도시형생활주택이, 상층부인 10~17층엔 오피스텔이 각각 들어선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된 강남역 푸르지오시티에서도 오피스텔 분양가가 도시형생활주택보다 8%가량 비쌌다. 도시형생활주택은 3~8층, 오피스텔은 9~20층에 각각 배치됐다. 지난 3월 나온 부산 범천동 범내골역 한라비발디스튜디오도 오피스텔을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상층부에 배치했다.

 이처럼 오피스텔이 ‘안방’을 차지한 것은 올 들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복합단지는 2010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2만2000여 실이 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가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이 오피스텔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도시형생활주택 아래에 배치됐다.

 지난해 5월 나온 서울 봉천동 마에스트로는 오피스텔을 2층에, 도시형생활주택을 3~15층에 들였다. 같은 크기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950만원까지 더 비쌌다. GS건설 이상국 분양소장은 “오피스텔은 정식 주택이 아닌 데 비해 도시형생활주택은 새로운 유형의 주택이어서 ‘상전’ 대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팔자’가 뒤바뀐 것은 수요자들이 오피스텔을 더 선호해서다. 지난달 세종시에 분양된 리슈빌S 도시형생활주택의 청약경쟁률은 54대 1이었는데 같은 곳에서 나온 오피스텔인 푸르지오시티는 66대 1나 됐다. 대우건설 이기남 분양소장은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주택 수 증가에 따른 세금 부담이 덜해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더 찾는다”고 말했다.

 주택 수가 늘어나면 중과제도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할 방침이지만 국회를 통과해야 해 실제로 시행될지는 불확실하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여윳돈으로 하나 정도 구입해 월세를 놓으려는 사람들은 부가가치세(건축비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오피스텔의 분양가 상승은 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럽다. 분양가가 다르더라도 도시형생활주택과 월세가 비슷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팀장은 “같은 건물이고 실제 사용면적도 비슷하다면 월세가 차이 나지 않아 분양가가 비싼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도시형 생활주택  정부는 급증하는 소규모 가구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09년 규제를 대폭 완화한 ‘준주택’ 제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이 도입됐 다.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용받지 않는 전용 85㎡ 이하의 300가구 미만 단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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