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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김상영] 토론회-‘한중수교 20년,상생의 길을 묻다’에 대한 소고

중앙일보

입력

백가쟁명(百家爭鳴)
토론회-‘韓·中 수교 20년,상생의 길을 묻다.“에 대한 소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런던올림픽으로 쏠려 있을 무렵, 한.중 수교 20주년에 즈음하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에서 주관한 토론회 ‘한·중 수교 20년, 상생의 길을 묻다.’는 매우 이색적인 주제요, 흥미있는 기획이라 하겠습니다. 우선 토론회에 참석한 여섯 분들의 면면을 보건대 모두가 훌륭한 자격을 갖추신 중국전문가들이기에 많은 기대를 갖고 관련기사를 면밀히 읽었습니다.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하신 여섯 분들에겐 심히 결례가 되는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진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어서 기대했던 한.중관계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전에 늘상 지상에 오르내리던 정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두루뭉수리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뜻이지요.

오늘과 내일의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논하는 전제조건이 마치 미.일과의 안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고루한 논조에 이르러서는 실망감이 더욱 컸습니다. 그래서 토론회 내용 중 그래도 전향적인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국민대 L교수의 발언 한 꼭지만을 언급해 보려 합니다. “중국과 가장 연동돼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최대 시장이자 최대 공장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편승해야 한다. 한국이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이 방면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중국이 성장을 유지하는 한 한국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무너지면 한국도 위험하다.”여기까지의 지적은 참으로 긍정적인 견해라 생각 되었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지난 해 우리나라 총 무역수지는 321억불 흑자를 기록했던 데 비해,대 중국 무역흑자는 478억불이었으니 단순 비교만으로도 한국은 하루에 1억3천만불 가량의 흑자를 중국으로부터 거두어들였던 셈이지요. 1964년도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1억불에 불과했던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참으로 엄청난 국격상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작금의 중국이 1900년대 중.후반 약진운동이나 문화혁명과 유사한 정치 시스템하에서 볼품없는 이웃으로 연명해 간다고 가정해 본다면, 오늘날과 같은 우리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수출로 꾸려가는 한국경제는 157억불이라는 무역적자를 기록했을 터이고,한다하는 서방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한국에 제2의 IMF사태가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입니다. 중국과의 교역이 우리 경제의 탄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은 지난 해 한.중 무역규모가2,206억불로 대 일본 교역액 1,080억불과 대 미국 교역액 1,008억불을 합한 액수보다 많았음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바야흐로 나라간에 경제전쟁을 치루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제가 최우선시 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나라든 경제가 흔들리면 민주.인권.행복 등을 차치하고 정권이 뿌리채 흔들리게 되고,마침내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곤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등을 돌리자거나 중국에 아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서방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난맥상을 뚫지 못해서 부유하고 있는 이 때,신흥국인 이웃 중국을 도외시한 우리 경제를 생각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중국의 발전과 성장이 두렵다면 그래서 군사력 또한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면 그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잘 나가던 L교수가 앞서의 맨트 말미에 다음과 같이 토를 단 것이 유독 유감스러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위협요인은 안보측면에서 나온다. 북한과 관련된 우려 사항이다. 이 문제를 중국과 연계하면 위협은 더 커진다. 한국 혼자 힘으로 안보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한·미, 한·일 우호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L교수는 중국과의 서먹서먹한 관계나 남북간 냉전 해법을 남북관계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 찾으려했다는 점이 착상의 오류라 생각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왕래가 잦아지고 경제교류가 활성화 되어, 당장 통일은 어렵더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희망적으로 정착되어 간다면 우리의 힘이 한군데로 결집될테니 제반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발휘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날 미.중을 비롯한 여타 어느 나라도 감히 우리를 깔보지 못할 것이고, 한반도 분단상태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안보불안’ 운운하는 소리도 자연스레 사그라들겠지요.

중국은 남북간에 금강산과 개성관광, 경제교류가 위축된 상황을 호기로 나진.선봉지구를 조차,부두 확장공사를 진행중에 있으며,각종 지하자원의 개발, 관광산업의 다양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우리의 기득권이 잔존해 있는 북한의 빈자리를 야금야금 잠식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그 흔한 말로 어느날 갑자기 북측에 어떠한 급변사태가 닥쳐온다면 과연 무엇을 근거로 중국측에 북한이 우리 땅이라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개성공단만으로는 우리의 대항력이 심히 유약할 것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 남성의 입대기준 신장이 예전에는 145Cm였다가 그 기준을 통과하는 젊은 남성 수가 현격히 줄어들자 142Cm까지 하향조정했다 합니다. 이는 우리 초등학교 4.5학년 수준의 신장인 것이지요. 그렇게 가난한 저들,가난 때문에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저들인데,우리는 그 동포들보다 잘 먹고 잘 산다고 해서 업신여기며 힘으로 밀어붙여 항복을 받아내려 한 적은 없었는지요. 남측이 강압적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3대가 세습하며 제왕정치를 하고 있는 북측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북한은 연초 우리측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논의하자며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지만 전화통지문 조차 수령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북한이 근자에 들어서는 김정은이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 이후, 북-일간 적십자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 ‘현 남한정부에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니 우리 정부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심술이라 하겠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제거되어야 함은 불문가지,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신 분들처럼 역량있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정부와 언론에 남북관계가 호전되도록 지속적으로 강권해야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남북문제가 가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으면 우리의 힘은 저절로 강대해 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날 토론회 참석자들이 우려했던 한.중관계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며,이웃 일본 역시 ‘한국 외교백서’까지 시비해 가며 틈만 나면 독도가 즈네들 영토’라는 억지소리를 빈번하게 반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주관 ‘한·중 수교 20년, 상생의 길을 묻다.’라는 제하의 토론회에서도 남북문제를 평화의 길로 접어들게 하려는 주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차후 이러한 토론회를 주관하게 될 시엔 이번에 간과한 남북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러지는 가운데 희망적인 한.중관계의 미래를 개진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상영(이메일-yong4138@hanmail.net)
'보통사람이 바라본 중국의 어제와 오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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