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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초·중·고 첫 토요 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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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전국의 초.중.고교생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올해 처음 도입된 월 1회 주 5일제 수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 토요일에 일하는 학부모가 많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해 자칫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자녀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업 없어도 학교 가요"=교육부는 수업이 없는 26일 전체 학생의 6%인 47만여 명이 학교에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는 토요휴업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 번동초등학교는 이날 학교에 나오는 161명의 학생을 위해 과학.악기연주.동요부르기.구슬공예.신문활용교육(NIE).독서.연극 등 7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인천 안남중은 학생들이 가정에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듣고 학습지를 내려받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들은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학생의 질문을 받고 대답해 줄 예정이다. 청주 우암초등학교의 유정희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이 다양해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할까 걱정"이라면서 "학생의 선호도와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을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정쩡한 고교=대부분 고교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선 자율학습 등으로 휴업일 운영방향을 잡았다.

서울 대원여고의 경우 3학년의 80% 이상이 학교에 나오겠다고 해 3학년 담임 전원이 출근하기로 했다.

배문고는 체험학습을 원하는 학생을 위해 박물관과 유적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학부모 입장은 엇갈려=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학교는 '쉬는 토요일'을 위한 마땅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 그런 이유로 맞벌이 부부들은 불만이 많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윤정희(38.서울 개포동)씨는 "토요일에 출근해 아이를 돌볼 수 없는데 학교에도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토요일에 수업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토요 휴업을 반기는 부모도 많다. 학부모 이은주(39.서울 개포동)씨는 이날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친구 4명을 데리고 '우리은행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그는 "아이와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쉬는 토요일'을 환영했다.

◆풀어야 할 숙제는=주 5일 수업의 가장 큰 과제는 맞벌이 부부나 소외계층 자녀의 보호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학부모 5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는 "학교당국의 토요프로그램 개설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 상원초 이동택 교감은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 지역사회에서 쉬는 토요일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교사들의 부담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배문고 손성호 교무부장은 "수업시간 수는 그대로인데 토요일 날 쉬다 보니 교사들은 평일 수업시간이 늘고 업무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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