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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영창' 군인들, 휴가갔다 이것 몰래 갖고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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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앙일보가 입수한 현역 사병 간의 스마트폰 대화모습. 상병 계급의 한 병사가 부대 전달사항 ‘카카오톡’으로 선임에게 전달하고 있다.

10일 오전 5시50분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하는 김모(23) 병장은 스마트폰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조심스레 매트리스 사이에 숨겨뒀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김 병장은 뉴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날 있었던 런던 올림픽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최근 참가했던 훈련 사진을 올린 뒤 “군복이 땀복 같다ㅠㅠ”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최전방에서 X고생이구나” 등 친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김 병장은 “1년이 넘도록 스마트폰을 몰래 썼지만 적발된 적이 없다”며 “불법인 건 알지만 친구들과 연락을 편하게 주고받고 싶어 휴가 복귀 때 몰래 가져왔다”고 말했다.

 군대 내에서 스마트폰으로 몰래 채팅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병이 늘고 있다. 육·해·공군 사병의 휴대전화 소지는 군법으로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보통 영창행이다.

 군사시설을 유출하는 등 사안이 중할 경우 군사 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다. 부사관이나 장교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에도 각 부대 보안 담당자에게 휴대전화 일련번호를 미리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SNS 등에 익숙해진 신세대 사병들이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오고 있다. 본지는 현재 복무 중인 사병과 전역병 각각 3명씩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내무실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건 사병들 사이에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 초 전역한 전모(24)씨는 “한 내무반의 3분의 1 이상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육·해·공군에 복무 중인 사병들은 주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출생했다. 청소년기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진 ‘모바일 세대’다. 부대 내에서 스마트폰을 쓰다 최근 전역한 김모(24)씨는 “이제 공중전화나 편지는 옛말이다. 우리는 카카오톡·SNS 등에 익숙해진 세대다.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여자친구와도 자주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걸리면 영창 다녀올 각오를 하고 갖고 온다”고 말했다.

 사병들은 주로 휴가 복귀 때 몰래 스마트폰을 들여온다고 한다. 위병소에서 짐 검사를 꼼꼼히 하지 않기 때문에 쇼핑백 등에 스마트폰을 숨기면 무사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적발될 가능성이 큰 부대의 경우엔 우편을 이용한다. 공군에 복무 중인 이모(22) 상병은 “평소 우편관리병과 친하게 지내면 소포를 수령할 때 사전 검사를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사병들은 불법 반입한 스마트폰을 방독면 주머니나 침대 매트리스 등에 주로 숨긴다. 한 전역병은 “얇은 스마트폰의 경우 무음 모드로 바꾼 뒤 전투복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법 반입된 스마트폰을 통해 군사 정보가 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사병들은 분대별로 스마트폰을 한 대씩 확보한 다음 카카오톡 등으로 부대 내 동향이나 초소 근무 상황 등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령관 등 부대 지휘관의 동선이나 일정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 훈련 때도 스마트폰으로 서로의 위치를 보고할 때가 많다.

 이런 경우 군 부대 위치가 외부에 고스란히 공개될 위험이 있다. 스마트폰에는 위치 추적이 가능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또 사병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올리는 사진에 군사 시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병의 스마트폰 소지 실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조만간 전 부대에 대한 일제 조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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