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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수출입… 터널끝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월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수출이 4월에 더욱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올 4월 통관일수(토요일은 0.7일로 계산)가 지난해 4월(13일 국회의원 선거)보다 1.3일 많았음을 감안할 때 실제 수출 감소폭은 더 크다.

특히 지난해 4월 수출증가율(17.6%)이 지난해 1~4월 평균치(26.4%)보다 낮았음에도 올 4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수출전선이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두세달 뒤의 수출을 가늠할 수 있는 수출신용장(LC)내도액은 올들어
▶1월 -6.0%▶2월 -19.3%▶3월 -15.1%▶4월 -18%로 갈수록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떨어져 달러화로 계산하는 수출품 가격이 낮아지는 등 수출여건이 좋아졌고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수출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이같이 수출이 부진하자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올해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보이는 측면도 있다" 면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대만.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출증가율이 떨어진만큼 수출 위축은 세계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3% 늘어났던 세계 교역량이 올해 5.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원화가치 하락이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있지만 수출확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우리 수출여건이 개선되기는 힘들다" 고 지적했다.

수출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가 책정한 올 수출목표(1천9백10억달러.신장률 10.8%)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져 미국시장이 나빠도 어느 정도 버텨줄 줄 알았는데 수출이 9%까지 감소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며 "하반기에 수출여건이 좋아져도 연간 수출증가율은 5% 내외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도 "수출 감소세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며 "증시 침체 등으로 미국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임으로써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컴퓨터 등 정보통신(IT)제품 수출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이인호 동향분석팀장은 "수출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은 짜낼 만큼 짜냈기 때문에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것" 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대책이 있겠지만 해외요인에 따른 것이라서 답답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단기적인 지원책보다 기술개발 투자를 강화해 후발국의 추격을 벗어나는 신산업군(群)을 발굴하면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금융의 비효율성과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도 큰 문제다. 4월 중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지난해 4월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은 국내 설비투자와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와 직결되는 자본재 수입은 ▶1월 -8.8%▶2월 -4.9%▶3월 -5.1%▶4월(1~20일) -23.4%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조한 설비투자는 앞으로 수출과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산업연구원 박중구 동향분석실장은 "우리 산업구조는 설비와 부품.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곧 축소지향형 성장으로 가는 것" 이라며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할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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