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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시달리는 중남미, 달러 통화 사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남미에서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이다.

과테말라 정부는 자국 화폐인 '퀘찰' 외에 달러도 공식통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해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과테말라의 달러 도입은 중남미에서는 파나마.에콰도르.엘살바도르에 이어 네번째다.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면 미국 경제가 괜찮은 한 인플레나 경기침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달러라이제이션은 경제회생의 일종의 특효약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 힘센 화폐가 좋다〓과테말라 정부는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용키로 결정했다" 고 말했다. 퀘찰 가치가 최근 달러당 7.8퀘찰로 8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달러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화폐 가치가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면 환율이 안정돼 외환위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또 미국 경제와 한 배를 타는 효과가 있어 채권 발행이나 외자 도입 등이 유리해진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에콰도르는 지난해 9월 자국 통화인 '수크레' 를 버리고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이어 올 1월에는 엘살바도르도 '콜론' 과 달러를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도 달러 도입을 논의중이다.

◇ 경제 주권 상실이 문제〓달러의 종주국인 미국의 입김에 얽매여 독자적인 통화.금리정책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달러 도입국에서 "경제 주권을 빼앗기는 행위" 라며 반발이 잇따랐던 것도 그 때문이다.

스스로 돈을 찍어낼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역할도 크게 줄어든다. 예컨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지더라도 돈을 찍을 수 없어 긴급 자금을 수혈할 수 없게 된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경우 그 충격파가 곧바로 달러 도입국에 들이닥치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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