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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골프공은 드라이브샷보다 그린 주변서 위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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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호 23면

월리 유라인 아쿠쉬네트 사장이 9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인터뷰 중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같은 날 대주주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과 나란히 선 모습. 최정동 기자

“좋은 골프공은 긴 비거리와 함께 스핀 컨트롤을 갖춰야 합니다. 그린이나 또는 내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공을 멈출 수 있어야지요.”
9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만난 미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의 월리 유라인(62) 사장은 타이틀리스트 로고가 선명한 지름 4.3㎝·무게 45g짜리 골프공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물론 우리 골프공은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자랑과 함께.

세계 1위 골프공 ‘타이틀리스트’ 지휘자 월리 유라인 사장

아쿠쉬네트는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골프화 ‘풋 조이(Foot Joy·FJ), 퍼터 ‘스카티 카메론’ 등을 보유한 세계적 골프용품 업체다. 지난해 7월 말 미래에셋사모펀드(PEF)와 휠라가 이끄는 한국 컨소시엄이 약 12억 달러(1조6300억원)에 인수해 이젠 한국 기업이 됐다. ‘영 건’으로 주목받는 신예 골퍼 노승렬(21), 세계 랭킹 3위의 북아일랜드 골퍼 로리 매킬로이 같은 선수를 후원한다. 이사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유라인 사장을 만나 골프공과 후원선수 발굴, 인수 이후 경영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한국 회사로 바뀐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을 평가하면.
“가장 큰 변화는 아쿠쉬네트의 오너십(경영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골프 산업을 돌아보면 서양보다 동양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 빠르게 성장하는 동양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변화다. 특히 한국은 골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나라다.” (※유라인 사장은 1976년 입사해 2000년부터 현재까지 사장을 맡고 있다.)

-중요 조건이란.
“5가지다.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중산층, 교육 인프라(레슨 프로), 골프 연습 공간, (KPGA 같은) 프로페셔널 투어, 대회나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이다. 한국은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300만 명의 골퍼가 있고, 400개 이상의 골프장과 많은 골프 연습장이 있다. 또 실내골프 시뮬레이션(스크린 골프)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경주·박세리와 같은 선수는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이 된 후 매출·영업이익 변화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한국 컨소시엄이 인수한 뒤 4~5년 내에 기업가치를 두 배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미래에셋은 아쿠쉬네트의 2011년 매출이 13억30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억70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59%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매출 증가율이 26%로 가장 높았다.)

-타이틀리스트는 프로 선수가 가장 많이 찾는 골프공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골프공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비거리, 스핀 컨트롤과 함께 일관성이 중요하다. 만일 7번 아이언으로 140m를 보내는 골퍼라면 언제나 7번 아이언으로는 140m로 같은 거리가 날아갈 것이라 예상한다. 이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 우리는 한 해 2억 개가 넘는 골프공을 생산하는데 모든 공에서 일관성이 핵심 요소다. 수많은 세계 정상급 프로 골퍼들이 우리 공을 쓴다. KPGA에선 65~70% 정도며 전 세계 투어에서도 사용률 1위다.” (※미국의 스포츠용품 사용률 조사업체 데럴 서베이에서 PGA나 LPGA 경기 시작 전에 참가 선수의 사용품을 조사한다. 이 회사는 SK텔레콤 오픈 등 한국에서 열리는 투어 때도 방한해 사용품을 조사했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의 세계 골프투어 사용률이 60~70%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좋은 공’과 ‘안 좋은 공’을 구분하기 어려운데.
“골프공을 선택할 땐 공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 비거리가 많이 나는 공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골프에서 더 중요한 건 숏게임이다. 14번의 드라이브샷으로만 골프공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골프공은 티박스가 아닌 그린 가까이에서 아이언과 퍼터 등 숏게임 성과를 먼저 테스트하는 게 필요하다.”

-육안이나 무게·촉감 등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그렇게 아는 것은 어렵다. 골프는 매우 어려운 스포츠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장비에 신경을 쓰기보다 오직 자신의 스윙에만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일관된 성능을 지닌 제품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혹시 와인처럼 골프공을 잘 보관하는 방법이 있나.
“오늘날 골프공에 쓰이는 재료는 내구성이 매우 좋다. 일반적으로 클럽이 공을 때릴 때 속도는 100마일(시속 160㎞) 정도 되는데 골프공은 그것을 견딜 만큼 매우 단단하다. 아마도 골프공 성능이 떨어지기 전에 공을 잃어버릴 것이다. 다만 너무 높거나 또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어떤 제품도 본연의 성질을 지닐 수 없는데 골프공도 마찬가지다.”

-노승렬 선수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을 지원하는데 후원선수를 선발할 때 기준은.
“세 가지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첫째는 선수의 성장 가능성이다. 단순히 어린 나이에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17세에 US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와 30세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선수가 있다면 과연 누가 더 잠재력이 있는 선수이겠는가. 둘째는 선수의 이미지다. 긍정적인 이미지인지, 그렇지 않은 이미지인지 판단한다. 단순히 외형적인 조건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 선수의 평소 행동 등 전체적인 면을 본다. 단순히 실력이 좋은 유망주나 선수가 아니라 타이틀리스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제품을 믿고 본인의 게임에만 집중하는 선수다. 경기를 잘하지 못했을 때 용품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자신의 실력 향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선수다.”

-골프를 잘 치는 것으로 안다. 골프가 잘 안 돼 고민하는 아마추어에게 조언해 준다면. (※유라인 사장은 핸디캡 5의 싱글 골퍼다.)
“우선 골프 레슨을 받아야 한다. 골프는 어려운 스포츠다. 둘째는 건강 유지다. 18홀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좋은 라운드 동반자다. 골프는 다른 동반자의 스윙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좋은 골프 스윙을 만들기 위해선 몸의 중심(허벅지에서 배꼽까지)이 중요하다. 셋업 자세에서부터 피니시까지 안정된 스윙을 완성시키는 기초가 몸의 중심이다. 몸의 중심을 강화하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골프가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올림픽 종목 채택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골프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앞서 2015년에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유럽 제외 인터내셔널팀 간의 남자 프로골프 단체전)이 열린다. 전 세계 골퍼의 관심이 한국에 집중될 것이다. 한국 골프가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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