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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에 선보이는 일본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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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주목받는 일본감독들 영화를 볼 수 있다. 아오야마 신지, 제제 다카히사, 미이케 다카시, 그리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 최근 국내 수입된 일본영화의 흥행성적이 저조한 편이라는 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만한 이는 다 아는 사실이다. 아직 수입되지 않은 일본영화들은 어떨까? 아직까지 정식으로 국내 극장가를 찾은 적 없는 감독들 영화를 미리 만나는 것도 영화제를 보람되게 즐기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아마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중에선 '데드 오어 얼라이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V시네마, 즉 일본에서 극장 상영을 거치지 않고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영화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는 일본 야쿠자영화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만하다. 중국계 마피아와 야쿠자간의 조직싸움, 그리고 이를 수사하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영화 초반부터 몰아치듯 한치의 느슨함도 없이 각 장면들이 숨가쁘게 넘어간다. 도발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도 꽤 있다. 일본에서 주로 B급영화, 즉 저예산으로 제작된 싸구려영화를 찍은 바 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거리에서 총을 난사하는 야쿠자들의 폭력성과 마약이라는 소재, 그리고 성적인 과감함을 영화에 녹여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민자들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등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통찰력마저 드러낸다.
전주국제영화제엔 '데드 오어 얼라이브' 외에도 같은 감독 영화이자 최근작 '천국에서 온 사내들'이 상영된다.

상영작 중에선 '러쉬'와 '로지예'도 빼놓을 수 없다. '러쉬'는 영화 '쉬리'의 김윤진의 일본영화 진출작이다. 허위로 유괴사건을 모의한 일군의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코믹 액션영화라고 칭할만하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뒤섞인 이 범죄조직은 서로간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이어진다. 한국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을 빌어 일본 사회 저류에 흐르고 있는 폭력성 문제를 논하고 있는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소품이다. 대사도 절반 정도는 한국어인 탓에 영화보는 남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로지예'는 작년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영화. 소설가 나카가미 겐지의 추모 7주년을 맞이해 한 영화감독이 그의 소설을 읽으며 소설에 관련된 장소들을 직접 여행하는 내용이다. 60여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상영시간이지만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운드의 능란한 활용, 그리고 다큐멘터리적인 기법 등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다.

'로지예'에선 한 영화감독의 목소리를 통해 나카가미 겐지의 소설이 낭독되고 소설 속 공간이 되었던 실제 장소들이 화면으로 나타난다. '로지예'는 아마도 아오야마 신지 감독 영화 중에서 가장 개인적인 성향의 작품이라고 설명해도 좋을 것 같다. 이미 해외에서 젊은 '영화거장'으로 대접받고 있는 연출자의 작품이니만큼 영화제를 통해 한번쯤 진지하게 감상할 가치가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들은 특별전 형식으로 공개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영화로는 '큐어'라는 영화가 알게 모르게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 '수작'으로 입소문이 돈 바 있다. 이번엔 1990년대 초반 영화인 '지옥의 경비원'과 최근작들인 '카리스마', '강령' 등이 관객을 만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장르영화, 특히 공포 스릴러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연출자다. '지옥의 경비원' 등도 유사한 계열이다. 일본식 장르영화, 다시 말해서 할리우드의 장르적 기법을 끌어오면서도 일본영화의 독자적인 소재와 표현법에 대해 고심하는 연출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상영되는 영화 중에선 '카리스마'가 일본 내에서 평이 좋았던 편인데 '큐어'의 주연이었던 야쿠쇼 코지가 출연하고 있다. 한 마을 사람들의 집단적 히스테리 현상을 냉철한 시선으로 고찰하고 있는 수작영화다. 이밖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오가와 신스케 감독 회고전이 준비되는 등 다양한 일본영화를 조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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