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대만 차이밍량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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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영화.디지털 영화를 추구하는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다음달 3일까지) 에 대만 영화계의 '얼굴' 격인 차이밍량(蔡明亮.44.사진) 이 찾아왔다.

세계 저명 감독들의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전' 에서 신작 '신과의 대화' 를 선보였다.

'신과의 대화' 는 차이밍량 감독의 첫 디지털 영화. 전주영화제측에서 제작비 5천만원을 지원한 30분짜리 단편영화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해 영화를 찍지 못하다가 이번 작품으로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다" 고 말했다.

28일 오후 시사회 직후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삭발한 외모에서 풍기는 강인한 인상과 달리 "안녕하세요" 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는 등 분위기를 친근하게 이끌어갔다.

'신과의 대화' 는 대만 전통의 무속의식, 찻길에서 명멸하는 신호등, 수질 오염으로 몸체가 썩어가는 물고기 등을 연속해 비추며 일상에 스며있는 '죽음' 의 이미지를 포착해낸다.

'애정만세' (1994년) '하류' (96년) '구멍' (98년) 등에서 현대사회의 소외.단절 등을 강조했던 그의 색깔이 그대로 확인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예전 작품은 장편인지라 아무래도 관객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디지털 영화에선 제가 찍고 싶은 것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저에겐 훌륭한 학습기회였지요. "

그는 이번에 50㏄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자신이 직접 촬영까지 했다. "화면이 흔들리는 것은 내가 호흡할 때마다 소형 카메라가 움직였기 때문" "강가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를 열흘 정도 찍다 보니 생선이 먹기 싫어졌다" 는 등 에피소드도 잊지 않고 소개했다.

"카메라가 작아 안정감이 떨어지는 대신 재미있는 장면이 발생하면 그 즉시 앵글을 들이대는 기동성이 디지털 영화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

그는 올 칸영화제(다음달 9일 개막) 에도 장편 '그곳은 지금 몇시□' 로 진출했다. 98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구멍' 이후 두번째다. '신과의 대화' 처럼 죽음을 다루나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삼인삼색전' 엔 버스정거장.기차역.식당 등의 일상을 가감없이 포착한 중국 신예 감독 지아장케(賈樟柯) 의 '공공장소' , 디지털 세계에서 쾌락을 좇는 한 남성을 그린 영국 감독 존 아캄프라의 '디지토피아' 도 함께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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