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공공외교가 대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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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신명나는 풍물놀이에 매혹된 후 점차 전통춤, 삼겹살, 한국의 자연, 한국 사람을 모두 사랑하게 되었어요. 한국은 제2의 고향이에요!”

 최근 외국인을 상대로 공모한 ‘한국 사랑해요, 왜냐하면…’ 동영상 공모전 1등 작품에 나온 구절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세계인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한류 동호회도 80여 개국에 830여 개며, 회원 수는 670만 명에 이른다.

 지금 각국은 국가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외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공외교를 앞다투어 추진 중이다. 외교의 패러다임이 정무·경제 등 전통적인 하드파워에서 문화예술 같은 소프트파워 중심의 공공외교로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일반 시민들도 타국과 그 국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어떤 국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면 그 나라 외교정책은 힘을 받기 어렵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카이로대 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주창해 그들의 마음을 사려 했다. 올해 3월 방한 당시 한·미 관계를 ‘정(情)’에 비유하고 한국외국어대 연설에서는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다.

 공공외교는 문화, 미디어 매체, 강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되 단순한 문화행사와는 달리 양국관계 강화와 우리의 위상 제고라는 총체적인 외교정책 목표 안에서 메시지와 방법론을 전략적으로 다룬다.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인식되고 있는가? 또한 우리는 한국이 어떻게 비치기를 원하는가?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함께 이루고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으며 20-50클럽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분단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그러면 새롭게 부상하는 공공외교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첫째, 우리 문화와 전통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이미지 대응에는 정확한 메시지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SNS의 발달로 어떤 나라가 처한 중대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국가이미지의 고착 속도는 한순간이다. 특히 부정적인 담론은 매우 빠르게 확산하고, 한번 마음에 새겨진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

 셋째, 공공외교는 우리 외교의 큰 그림 안에서 전략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좋은 이미지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 비전과 가치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평화와 개발협력 촉진국’ ‘선·후진국 간 중계역할’ 등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넷째, 공공외교 추진을 위해 국회·언론·시민사회·해외동포까지 모든 국민이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독특한 성장 배경을 가진 한국은 국가이미지 전략에서 여타 국가와는 다른 한국형 공공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175개 재외공관은 한류에 힘입어 한국 알리기 첨병으로 나섰다. 그 나라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와 현지의 습관과 정서를 감안한 섬세한 맞춤형 공공외교를 펴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이해하고 매력과 호감을 갖도록 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선한 영향력과 국격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총력복합외교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도 공공외교다. 공공외교는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효과는 더 강하고 지속적이다. 이제는 감성과 교감을 통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공공외교가 대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