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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떼려니 본전 생각나고, 하자니 엄두 안 나고

중앙일보

입력

금강산 사업이 졸지에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다. 만약 이쯤에서 중단한다면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손해가 막심하다. 우선 관광료로 1인당 3백 달러씩 지급한 돈이 2월 말 현재까지 3억5천6백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4천3백억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2년3개월 동안 지급한 금액이다. 물론 관광을 했으니까 완전히 그냥 준 돈은 아니겠지만 북한의 경우 별다른 투자 없이 앉아서 4천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금강산 관광수지 적자는 4억 달러에 육박한다.

금강산 주변 온정각, 문화회관, 온천장을 짓는 데 투자한 돈(2000년 9월 기준)도 1억3천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한화로 약 1천5백억원 정도다. 현대가 사업을 중단한다면 북한의 특수한 정치, 경제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 때까지 투자한 시설은 모두 북한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배를 빌리는 데 필요한 돈인 용선료(傭船料)나 ‘현대아산’이라는 법인 설립과 그에 관련된 직원들의 거취까지 생각한다면 대북사업 포기는 당장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도 어렵다.

[대북사업 자금 바닥난 현대아산의 현황 ]

주주구성
현대상선 40.0%
현대건설 19.8%
현대중공업 19.8%
현대자동차 5.0%
기타 15.4%
자본금 4,500억원

[북한에 지불해야 할 관광대가(2005년까지)]

(*2월 말 현재 35,600만달러 기지급) 94,200만달러
북한에 투자한 시설바용 12,600만달러
금강산 관광사업수지
수입 : 23,300만달러
지출 : 62,400만달러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도저히 수년 내에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측의 관계자도 “수년 내에 흑자로 전환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현대아산은 물론이고 상선까지도 휘청거릴 정도다. 현대상선의 경우 매일 2억원씩의 적자를 보고 있다. 올해 1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할 정도다. 처음 약속대로 2004년 말까지 금강산 주변에 골프, 스키장, 호텔 등을 건설해 종합관광지로 거듭나도 수익이 날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만 2억1천4백만 달러(2천6백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관광사업을 계속할 경우 2005년 3월까지 5억8천6백만 달러(7천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관광료의 경우 향후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3천억원 이상은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애초 현대가 금강산 사업을 시작할 때 관심을 가졌던 개성공단 건설을 위해서도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공단부지를 조성하는 데만 10억 달러(1조3천억원)가 든다. 배후도시 조성에도 약 1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하는 데만 1조원 정도의 추가자금이 필요하고, 공단사업까지 하려면 최소한 2조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돈도 현대측이 계산한 수치다. 실제 사업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지 알 수 없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사정으로는 이렇게 많은 돈이 있을 리 없다.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투자유치를 하기도 마땅치 않다. 설령 자금을 마련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거기서 충분히 이익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그만두자니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아깝고, 계속하자니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르는 형국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경제성이 있냐고 묻자 현대아산측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한치 앞도 장담하기 어려운 현대 입장을 생각한다면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한 셈이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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