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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녹조 … 도심엔 오존 … 폭염에 물·공기도 위험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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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잠실에도 녹조 지난 1일 측정한 잠실수중보 인근 암사·구의·풍납 취수원 수질이 조류주의보 발령기준을 초과했다. 서울시는 8일 재검사에서 다시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7일 서울 잠실수중보 주변의 한강물이 녹색을 띠고 있다. [강정현 기자]

보름 이상 폭염이 계속되면서 녹조(강)·적조(바다) 확산에 이어 대기 중 오존(O3) 농도까지 높아져 건강과 생태계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어선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모범택시 기사 이인행(67)씨는 “요즘 들어 한낮이면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따가워 운전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눈과 목이 따가운 이유는 오존 농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날인 6일 오후 4시 경기도 안양시 부림동에서는 오존 농도가 주의보 발령기준인 0.12ppm을 넘어 0.128ppm을 기록하는 등 5일과 6일 인천·경기도 일부 지역에는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7일에도 수도권 곳곳에서 오존 농도가 한 시간 환경기준인 0.1ppm을 넘나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6일까지 전국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는 56회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55회)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통상 장마가 끝나면 주춤했지만 올해는 장마 이후에만 14 차례나 발령됐다.

 김수영 환경과학원 박사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과 강한 자외선, 높은 기온이 만나면 오존 오염이 나타난다”며 “올해는 장마기간이 짧은 데다 폭염이 심해 오존 농도가 높다”고 말했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호흡기 등의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며 기관지염·천식·폐렴 위험도 증가한다.

 바다에서는 적조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오후 3시 전남 여수시 돌산읍의 육상 수조식 양식장. 1983㎡(약 600평) 규모의 종묘 부화장에 설치된 대형 수조 18개가 텅 비어 있었다. 돌돔 9만여 마리가 적조로 인해 지난 5일 집단폐사한 것이다. 양식장 주인 박정례(47)씨는 “새벽에 잠깐 잠이 든 사이에 적조생물이 포함된 해수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에서 적조 피해가 발생한 것은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전남에서는 여수시 돌산읍 임포 동쪽 앞바다 등 두 곳에 적조주의보가 발령됐다. 경남 남해군 연안에서도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밀도가 mL당 100~6000마리까지 증가했다. 경남도는 6일 통영시와 남해군 해역 등에 443t의 황토를 뿌렸다. 정운현 경남도 어업진흥과장은 “적조가 확대돼 연안 쪽으로 밀려오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녹조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4일 북한강 4개 지점 수질을 측정한 결과 청평댐에서 수돗물의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스민 농도가 1567ppt(ppt=1조 분의 1)로 측정돼 6월 20일 이후 가장 높았다. 금강 상류 대청호에서도 조류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이곳에서 취수하는 충북 청주시는 시내 2개 정수장에서 분말활성탄을 투입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오존주의보에 녹조까지 겹치자 전문가들은 각별한 건강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인하대 의대 임종한(예방의학) 교수는 “폭염 속에 오존 농도까지 높아지면 노약자들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오존주의보가 발령될 때 노약자들은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돗물을 3분 정도 끊여 먹으면 악취물질인 지오스민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나 노약자 등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강이나 호수에서 수영 같은 수상레저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한편 기상청은 11일께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강수량은 많지 않고 다음 주에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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