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연재 “실수할까 걱정돼요” 혜민 스님 “무대 즐겼으면 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태극마크를 단 그대, 이미 자랑스럽습니다.”

 현대인의 마음 치료사 혜민(39) 스님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를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손연재에게 혜민 스님은 언제나 기대고 싶은 멘토다. 스님은 생애 첫 올림픽을 맞아 긴장과 불안이 교차하는 손연재에게 “마음껏 자신의 무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태극마크를 단 것만으로 충분히 자랑스러우니 무거운 짐은 모두 내려놓으라”고 했다.

 손연재는 평소 자신의 트위터(SNS)에 혜민 스님의 말씀을 꾸준히 옮겨 놓았다.

 속으로 한번 따라해 보세요. “남들과 자꾸 비교하는 버릇 때문에 내가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져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겠습니다.” (7/8)

 주위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울 때, 꿈의 무대를 혹여 그르치면 어쩌나 두려울 때 스님의 말씀은 진정제가 됐다. 조용히 입으로 따라 읽으면 요동치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손연재는 올림픽 막바지 훈련이 한창이던 7월부턴 친구들과 트위터 대화도 삼갔지만, 스님 말씀만큼은 꾸준히 찾았다.

 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 ‘마음 치유 콘서트’가 매번 만원 사례를 이룬 것은 스님이 이끌어 내는 보편적인 공감대 덕분이었다. 종교와도 나이와도 무관했다. 10대의 국가대표, 손연재에게도 힘이 됐다.

 손연재가 자신의 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혜민 스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책에 직접 응원 글을 써 영국에서 훈련 중인 손연재에게 전했다.

 책을 받아 든 손연재는 스님께 질문을 던졌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올림픽 무댑니다.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실수가 나올까 자꾸 걱정돼요.”

 스님은 자신의 경험을 섞어 답했다. “나도 수천 명이 모인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면 떨릴 때가 있어요. ‘잘해야지’ 하고 온통 의식이 나한테 집중되면 십중팔구 긴장이 돼요. 대신 나를 잠시 잊고, 청중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편안해져요. 물론 손 선수가 처한 상황은 다를 수 있어요. 그래도 잘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조금은 벗어났으면 해요. ‘모두 나를 보기 위해 온 관중이다’ 생각하면서 그들과 함께 무대를 즐겼으면 해요. 참, 떨릴 땐 혼자 있지 말아요.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 훨씬 편해질 거예요.”

 손연재는 재차 물었다. “올림픽 무대에 대한 부담은 떨치기 쉽지 않아요. 메달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후배들을 위해 제가 잘해주는 것도 중요하고….”

 “태극마크를 단 순간, 무대에 오른 순간 이미 자랑스러워요. 충분히 자신의 무대를 즐길 자격이 있어요.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이 한 노력을 믿고 맡기세요. 배가 앞으로 가려면 파도가 치기 마련입니다. 그 물결이 무섭다고 배가 멈춰버리면 안 되죠. 어깨의 짐을 내리고 누가 뭐라든 스스로의 길을 가기 바라요.” 혜민 스님의 답이었다.

 손연재는 9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개인종합 예선 첫날 경기에 나선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이기도 한 혜민 스님은 학기가 시작되며 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혜민 스님은 떠나며 “이번 올림픽이 평생에 남을 ‘즐거운’ 기억이 되길” 기원했다.

손애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