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장면을 봤습니다.” 2007년 제7회 미당문학상(중앙일보 주관) 수상자 문인수(67) 시인은 6일 지인들과 함께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장미란의 올림픽 고별전. 문 시인은 “장미란 선수가 오른손에 입술을 대 바벨에 키스를 하고, 무릎을 꿇어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살며시 미소 짓는 장면까지…. 이렇게 잘 연출된 드라마가 있을까. 연출되지 않은 장미란의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갔기에 그런 아름다운 엔딩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시인이 물었다. “선생님, ‘장미란2’가 나오는 것일까요.” 문 시인은 “내가 목격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지금 이렇게 달아오른 감정으로 시를 쓴다면 장미란 선수에게 실례되는 일이 될 수 있다. 차분하게 감정이 가라앉은 뒤라면 모를까”라고 답했다. 하루 종일 문 시인은 ‘장미란의 향기’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펜을 들어 ‘장미란과 무쇠 씨’를 완성했다.
문 시인은 2009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장미란’이라는 시를 실었다. ‘다시는 불러 모을 수 없는 힘, 이마가 부었다/ 하늘은 이때 징이다. 이 파장을 나는 향기라 부른다. 장미란.’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외국 언론이) 장미란 선수를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으로 꼽은 것을 보고 미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다. ‘장미란 무엇인가’라는 말장난으로 시작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나는 장미의 삶과 꼭 닮은 장미란의 모습을 봤다. 곱게 핀 장미의 근원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 어둠을 뚫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역기는 무거운 쇳덩이다. 장미란이 그것을 들어올리는 순간 장미가 피어나는 듯한 미를 뿜어낸다. 장미는 매번 다른 꽃을 피운다. 장미란이 역기를 들어올리는 매 찰나가 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장미란도 문 시인의 시를 읽었다. 그는 올해 초 “되새길수록 한 구절 한 구절 가슴이 벅찼다. 시처럼 뿌리를 잘 내려서 제대로 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시처럼 아름답게 피었다. 2008년 베이징의 하늘에, 2012년 런던의 하늘에 ‘징’이 울렸다. 문 시인은 “아름다웠다. 가슴이 벅찼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남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