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조만 더" 다시 손내민 현대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의 회생 작업이 질척거리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다음달 말까지 1조8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출의 추가 만기 연장과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외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회사측 주장에 채권단이 고심하고 있다.

출자전환 방침이 확정된 현대건설은 은행권과 투신권의 마찰로 출자전환 분담 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 하이닉스반도체 신규 지원 논란=하이닉스반도체의 재무 관련 자문사인 샐러먼 스미스 바니(SSB)는 "해외 투자자들은 하이닉스반도체가 계속 생존할 수 있다는 보장을 원한다" 며 "주식예탁증서(DR)발행과 함께 채권단이 1조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C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인출이 제한된 계좌에 남겨 두되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신속인수 회사채 상환용으로만 쓰고 외자 유치가 안될 경우 채권단에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SSB는 이밖에도 원활한 외자 유치를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 때 만기를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하고▶올 초 이뤄진 5천억원의 공동융자(신디케이트론)의 만기를 내년 말로 연장하며▶수출환어음(DA)한도를 내년 말 10억달러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기존 대출금 만기를 연장했는데 또다시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지원을 한다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 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24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SSB의 제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사채 신속인수 만기를 연장해 달라는 요구도 부담이다. 규약상으로는 1년 6개월까지 만기를 늘릴 수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1년 만기 방침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문제다.

현대그룹 계열사에만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간산업이며 이 회사가 잘못되면 국가 경제에 큰 타격" 이라며 "하이닉스반도체가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다면 이런 지원을 특혜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고 주장했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하이닉스반도체 지분 20%를 과연 어떤 투자자가 인수해 1대주주가 되느냐도 관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컴퓨터 회사 등 해외의 이름 있는 업체가 1대주주가 된다면 신인도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투자 차익을 노리는 단순한 펀드라면 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고 말했다.

◇ 출자전환 기준 확정 못한 현대건설=출자전환 참여 여부를 둘러싼 은행권과 투신권의 대립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20일 실무자 회의에서 "투신권도 출자전환에 참여해야 한다" 고 의견을 모은 데 비해 투신권은 "고객 동의가 없는 출자전환은 불가능하다" 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과 투신업계 관계자가 모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이 "대승적 차원에서 출자전환에 협조해 달라" 고 요청한 데 대해 투신업계는 "고객의 동의 없이는 안되며 시장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공문을 보내 달라" 고 주문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과 투신사의 이해관계가 달라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한 자체 합의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18일 감자(減資)결의와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현대건설이 보유한 자사주 5천62만주(15.77%)를 무상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주총에서 감자결의안을 보다 쉽게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대비책(자사주는 의결권 없음)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감자안이 통과되면 양도받은 주식을 완전 소각하고, 감자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현대건설에 돌려주기로 했다.

또 21일 마감한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접수 결과 20여명이 지원 또는 추천됐으며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원배.최현철 기자 oneb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