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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외국계 금융사들 국내시장 호령

중앙일보

입력

외국계 금융기관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려온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은행쪽에선 씨티와 HSBC은행의 금리전략을 덩치 큰 국내 금융기관이 따라가는 판이다.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가 시장흐름을 주도하고, 보험도 외국계 보험사가 주력상품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 두 외국은행이 금리 선도〓그동안 외국계 은행의 예금금리는 국내 은행보다 낮았고, 대출금리는 높았다. 그런데 올들어 국내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상황에서 지난 4일 씨티은행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6%에서 6.3%로 높였다.

HSBC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6.3%였다. 국내은행의 5.5~6.1%보다 높다. 씨티은행 김찬석 지배인은 "금리가 이제 바닥권에 왔다고 판단해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금리를 올렸다" 고 말했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씨티와 HSBC가 상품과 마케팅에서 새 기법을 들고 나온 적은 있지만 예금금리가 높은 적은 없었다" 며 "국내은행도 금리로 대응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는 정반대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 2월 HSBC와 씨티은행이 담보설정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면제하면서 7.9%짜리 상품을 내놓자 국내은행들이 뒤쫓았다. 국내은행이 돈 굴릴 데를 못찾아 주춤하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이 고금리 예금, 저금리 대출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 상품구도와 모집문화가 바뀐 보험업계〓10여년 전 푸르덴셜과 ING생명이 종신보험을 들고 나올 때 국내 생보사는 신경쓰지 않고 저축성과 보장성 보험이 뒤섞인 백화점식 영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젠 모든 보험사가 종신보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성이 대부분이었던 보험모집인 문화도 바뀌었다. 처음부터 대졸출신 남성을 중심으로 영업해온 외국계 보험사를 따라 국내 생보사도 점차 남성 영업인력을 늘리고 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아직 국내 대형 보험사의 점유율이 높지만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고객이 외국계 보험사를 선호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 증시는 외국계가 좌우〓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가장 큰 분야가 증시인데, 외국인들이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많이 이용해 외국계 증권사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주도권을 바탕으로 외국 자본의 증권업계 진출도 활발하다. 굿모닝.KGI.리젠트.일은 증권 등이 외국계로 넘어갔고, 지난달에는 푸르덴셜이 제일투신증권에 1천1백억원을 출자했다. 현대.대우증권도 미국계 자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1백% 외국 자본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과 굿모닝투신운용, 하나은행과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절반씩 출자한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IMM 투자자문과 호주계 맥커리 투자은행이 공동 출자한 맥커리자산운용 등 투신운용업계에서도 외국계가 성업 중이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은 전세계에서 독자적인 전략을 수립해 마케팅을 하는 노하우가 있는데 비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독자적인 영업보다 다른 은행들의 영업방식을 따라가며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했다.

金박사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외국계의 진출이 더 늘어날 것이므로 그때를 대비해 시장흐름을 빨리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원배.나현철.최현철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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