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 수감된 한국인 625명 가혹행위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교 당국이 중국에 수감돼 있는 한국인의 인권 문제에 대해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에 대한 중국 공안의 전기고문 사건이 계기다.

 외교통상부 조태영 대변인은 31일 “정부는 현재 중국 내에 수감 중인 625명(7월 31일 기준)의 우리 국민에 대해 추가 영사면담을 통해 가혹행위 여부를 파악해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영환씨가 유엔 및 다자 차원에서 국제인권 메커니즘의 개인진정제도를 활용할 경우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단체 측에선 여전히 ‘늑장 대응’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 외교부가 중국 측과 현지의 자국민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영사협정 체결도 하지 않아 가혹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사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우리 국민이 구금당할 경우 즉시 영사면담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

 실제로 김씨는 한 인터뷰에서 “구금된 지 29일 만에야 첫 영사면담이 이뤄진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국제관례 등에 따르면 영사접견을 요구했을 때 중국이 거부할 권한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한·중 간에 영사협정이 체결돼 있었다면 구금된 뒤 영사접견 의무시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간에 영사협정이 없기 때문에 김씨는 중국 공안의 손에 내버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우리 측에 먼저 영사협정 체결을 제안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에 타결되지 못했다. 그 뒤 2001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마약 판매 혐의로 한국인 신모(당시 41세)씨가 사형 당한 것을 계기로 외교부는 2002년 중국 측과 영사협정을 추진 했다. 이후 2010년까지 양국은 영사국장급 실무회의를 4회 개최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8∼9월 양국 영사국장회의에서 협정 체결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김씨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추진한다. 새누리당은 31일 ‘김영환씨 등 한국인 4명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촉구 결의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