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美 실업률 발표, 오바마.롬니 판세의 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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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22면

29일(이하 현지시간)로 미국 대통령 선거가 꼭 100일 남았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밋 롬니가 ‘100일 기도’에 들어가며 가장 깊이 간직할 숙제는 뭘까.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이야기한다. 잠들 줄 모르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더블 딥(경기가 회생하다 다시 고꾸라지는 것) 공포를 해결해 줄 지도자를 유권자들은 고대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8%대의 고실업률에 발목이 잡혀 이달 중순 롬니 후보에게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역전당하기도 했다.
굵직굵직한 경제 관련 지표와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면 대선 가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경기부양책을 놓고 벌어지는 두 후보의 줄다리기가 관건이다.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논의될 ‘제3차 양적 완화(QE3)’나 다음 달 초 발표될 7월 실업률은 지지율 추이의 시금석이다. 10월 26일 발표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11월 2일 공개될 10월 실업률은 대선 막판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경기가 나쁠 때 미 유권자는 ‘경제 대통령’을 갈망했다. 민주·공화 양당이 내거는 경제공약은 그 어느 대선 때보다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D-100… 美 대선의 정치경제학

오바마, 8%대 실업률로 야당 공격 받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는 나뿐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매사추세츠 주지사 출신 롬니 공화당 후보 사이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를 둘러싼 공방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표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업률과 경기부양 문제를 놓고 두 진영이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이 지났건만 실업률은 8%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 집권당 입장에선 큰 고민거리다. 공화당에는 호재다.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민주당 오바마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연일 비판이다. 롬니는 지난 18일 부동층이 두터워 경합이 치열한 오하이오주를 찾아 “오바마는 높은 실업률을 낮출 생각은 하지 않고 대선 캠페인에만 열을 올린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오바마는 6개월 동안 대선 자금 모금행사만 100번 열었다. 이 기간에 정부 일자리·경쟁력위원회를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반박. “오바마 취임 무렵은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을 되새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제조업과 일자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1월 일자리·경쟁력위원회를 출범했고 실업률도 내년에는 7%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가 더디게 늘면서 민주당은 쫓기는 신세다.

경제 변수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뒤치락한다. 지난 19일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누굴 뽑겠느냐’는 뉴욕타임스·CBS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43%의 지지율을 얻어 45%의 롬니에게 처음으로 뒤졌다. 오바마가 곧바로 지지율 우위를 되찾았지만 그 이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에서 백중세다. 여론조사 회사 라스무센의 21~23일 조사에선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이 각각 45%와 44%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오바마 지지율이 49%로 롬니의 43%보다 6%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경제 정책 항목에선 오바마 평가가 오히려 낮았다.

상황이 불투명하게 전개되자 오바마의 반격도 한층 거세졌다. 케이블 뉴스 CNN의 마크 프레스턴 정치담당 국장의 말대로 지난해까지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대적할 정치인은 없어 보였다. 프레스턴은 “오바마 인기가 너무 높아 공화당은 그로기 상태”라고 평했다. 하지만 실업계층이 중심이 된 지난해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롬니의 공세에 대꾸하지 않던 오바마도 적극 응수에 나섰다. 롬니가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을 운영한 전력에 대해 “그가 과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모펀드를 운영했을까. 펀드를 굴리던 사람이 미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는 게 적절할까”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년까지 200만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오바마와 롬니가 지향하는 경기 부양과 실업률 감축 정책은 뭘까. 민주·공화 양당의 전통적 정책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일자리 해법 공방이 그렇다. 오바마는 지난해 9월 4500억 달러를 들여 내년 말까지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미 일자리 법(American Jobs Act)’을 제안했다. 하지만 하원을 지배하는 공화당의 반대로 당초 계획보다 축소 처리됐다. 롬니는 이 법안에 대해 “꺼져가는 장작불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는, 미미한 경기 자극책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대신 에너지 산업 분야와 해외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세 현안도 대립각을 세운다. 오바마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실질적 감세를 목표로 연소득 25만 달러 미만 가구에 대해 세금 혜택 1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고소득층에게는 사실상 증세를, 나아가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게는 이른바 ‘버핏세(부유세)’ 도입을 검토한다. 롬니는 취약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전 계층을 상대로 세금 감면 혜택을 연장해 주자고 주장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제3차 양적 완화 가능성도 민주당은 찬성이지만 공화당은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달러 가치만 훼손한다”며 반대 입장이다.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시중에 돈을 직접 푸는 정책이다.

양당은 재정지출이 급격히 줄 때 나타날 수 있는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내년부터 재정지출이 급감해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조지메이슨대 스티븐 풀러 교수는 “내년 1월 재정절벽이 가시화하면 최대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 정부가 관련 법을 고쳐 재정절벽 가능성을 차단하라”고 주문했다.

미 대선은 누가 유능한 경제 리더인지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경쟁이 되고 있다. 당분간 막 시작된 영국 런던 올림픽에 관심이 쏠려 양 진영이 정책 대결 대신에 선거모금 운동에 치중할 분위기다. 오바마는 27일부터 워싱턴DC를 시작으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유세에 나섰다. 롬니는 런던 올림픽을 참관한 데 이어 런던 고급주택가에서 비공개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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