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돈벌기] 법원 판례 제대로 알아 짭짤한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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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토지 가운데 '법정 지상권 여지있음' 이라고 기록돼 있는 물건이 있다. 경매 대상이 아닌 건물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물건을 낙찰할 경우 지상권인 건물 때문에 애를 먹게 된다.

경매시장에서는 이를 '기피 물건' 이라 부른다. 그러나 은행원 김정식(37.서울 홍제동)씨는 남들이 꺼리는 법정 지상권 있는 물건에 과감히 응찰했다.

金씨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65평짜리 땅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2월. 감정가가 2억3천만원이었으나 여섯차례 유찰해 최저입찰가가 6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법원 기록을 보니 이 땅에는 경매에 포함되지 않은 지상 3층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건물의 소유권은 A사로 넘어간 상태였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채권자였던 A사에 건물 소유권을 넘겨버린 것.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응찰을 꺼렸지만 金씨는 확신을 갖고 이 물건을 낚아챘다. 낙찰가는 6천7백만원.

입찰장의 참석자들은 물론 결과를 지켜보러 온 채무자조차 "왜 골치아픈 땅을 낙찰해 돈을 날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金씨는 웃어 넘겼다.

경매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돼 두달 뒤인 4월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건물 소유권자인 A사는 "평생 땅만 움켜쥐고 있으라" 며 비웃었다.

金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법원에 토지사용료 청구소송을 냈다. 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맡고 있는 金씨는 '법정 지상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 는 대법원 판례를 알고 있었다.

결국 법원은 연간 토지사용료를 1천20만원(월 85만원)으로 결정했다. 金씨는 낙찰가 및 소유권 이전비용, 경매 컨설팅업체 수수료를 합쳐 7천3백만원을 투자해 연 14%의 수입을 보장받은 것이다. 金씨가 법정 지상권이 있는 물건을 낙찰한 것은 바로 고정적인 토지 사용료 수입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경기 침체로 지상권자인 A사가 도산해 토지 사용료를 받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한다. 하지만 문제될 게 없다. 지상권자의 사정이 나빠져 토지사용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법정 지상권을 없앨 수 있다(대법원 판례). 또 토지사용료 연체를 이유로 건물을 경매신청할 수도 있다.

지상권자가 튼튼한 회사라면 안정적인 수입을, 부실한 회사라면 법정 지상권 말소와 함께 건물까지 경매로 낙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법정 지상권은 여러 경우가 있고, 토지사용료에 대한 수익분석도 해야 하므로 응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종수 기자sjssoft@joongang.co.kr>

*도움말 : 하나컨설팅(02-8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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