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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손에 넣고도 왜? 비극으로 끝난 인생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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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거액을 모두 탕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내외 복권 당첨자들 중 사업이나 유흥비 등으로 돈을 모두 날린 사례는 있었으나 목숨까지 끊은 건 이례적이다.

 27일 광주광역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쯤 서구 화정동에 있는 한 목욕탕 탈의실에서 김모(43)씨가 출입문을 잠근 뒤 노끈으로 목을 맸다. 김씨가 숨진 시간이 점심시간 이후라 당시 목욕탕에는 아무도 없었다. 목욕탕 주인은 “뒤에 들어온 다른 손님이 ‘출입문이 안 열린다’고 해서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김씨가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5년 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1등 당첨금 23억원 중 세금을 제한 18억원을 손에 쥐면서 평탄했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광주 상무지구에서 운영하던 식당문을 닫고는 유흥업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떼이는 사기까지 당했다.

 주식에도 손을 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역시 대부분을 날렸다. 당첨금은 물론 다른 재산까지 소진한 김씨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친·인척들에게 손을 벌렸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생활고 등으로 가정불화가 심해지면서 부인과 이혼했고 자녀(1남1녀)와도 떨어져 홀로 살게 됐다. 최근에는 우울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자살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유족 등을 상대로 채권·채무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한 회당 로또복권 당첨자는 평균 6.6명으로 1년에 320~330명이 1등에 당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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