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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커넥터로…" 미사일 200기중 170기 '격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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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날카로운 공습경보가 어둠을 뒤흔들었다. 수분 뒤 지상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 밤하늘에 긴 궤적을 남기며 사라져가던 미사일은 먼 상공에서 무언가와 충돌했다. 지난 3월 9일 가자지구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30여 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 측이 이를 공중에서 정확히 격추한 ‘실제’ 영상이었다. 숨죽여 화면을 응시하던 400여 명의 청중은 마치 불꽃놀이를 지켜보듯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12 이스라엘 콘퍼런스’의 주인공 ‘아이언 돔(Iron Dome)’은 이처럼 첫 등장부터 화려했다. 아이언 돔은 지난해 4월 처음 실전 배치된 이스라엘의 단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우리말로 ‘철의 지붕’을 뜻한다. 아이언 돔은 특히 최근 시리아 내전 사태로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상과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포탄 여러 발 날아오면 요격 순위 정해 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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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레바논 사태 당시 헤즈볼라 저항세력들이 4000여 기의 카튜샤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집중 포격하자 이스라엘 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동원해 적의 로켓 공격을 원천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이때 나온 계획이 ‘아이언 돔’ 개발 프로젝트였다. 요격 대상 미사일 중에는 북한에서 도입된 장사정포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국 정부가 아이언 돔 구매 의사를 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한 강사는 아이언 돔 개발업체인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사의 기디언 와이스 부사장이었다. 2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시종일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독보적(unique)’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써가며 아이언 돔에 담긴 첨단기술과 혁신의 정수를 하나씩 공개했다.

 “화면 속에서는 요격이 매우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합니다.”

 와이스 부사장에 따르면 미사일 요격은 탄두의 측면 혹은 후면을 맞혀서는 의미가 없다. 정면에서 탄두를 정확히 맞혀 공중에서 폭파시키지 못하면 탄두는 땅에 떨어져 수많은 사상자를 낸다. 그는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축구공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BM-21 그래드 미사일(카튜샤 미사일)의 탄두는 이 정도로 작습니다. 아이언 돔은 최대 사정거리 70㎞ 밖에서 축구공을 맞히는 불가능을 현실화해낸 기술입니다.”

 적의 포탄 발사를 감지한 레이더가 이동궤적을 계산해 통제센터로 보낸다. 통제센터는 이 포탄이 사람이나 시설물이 있는 곳에 떨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요격 명령을 내린다. 여러 개의 포탄이 한꺼번에 날아올 때는 요격 대상 우선순위 설정도 가능하다. 레이더와 통제센터, 미사일 발사대가 각각의 차량에 탑재돼 있어 기동력도 뛰어나다. 아이언 돔의 정교함은 실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라파엘사에 따르면 아이언 돔은 실전 배치된 지난 1년간 이스라엘에 쏟아진 200여 기의 미사일 중 85%인 170여 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4단계 보호막으로 완벽하게 대공 방어

 아이언 돔에는 이스라엘을 바꾼 국가 혁신의 정신이 녹아 있다. 개발 착수에서 실전 배치까지 3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심각한 결함만 우선 손을 본 뒤 시험 발사와 거의 동시에 생산에 돌입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엉뚱한 상상’으로 비용도 크게 줄였다. 와이스 부사장은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을 화면에 띄웠다.

 “이 장난감 유명하죠. 그런데 이 속에 있는 전선 커넥터를 우리 미사일에 썼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아이언 돔에서 발사되는 요격용 미사일은 타미르(Tamir)다. 이 미사일 1기당 60~70개의 커넥터가 소요된다. 기존 미사일용 커넥터의 가격은 개당 40~60달러. 미사일 하나 만드는 데 커넥터 값만 4200달러가 드는 셈이다. 총 제작비용(3만5000달러)의 10%가 넘는다.

 “우연히 장난감용 커넥터를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제 써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개당 2달러니까 커넥터 교체로만 4000달러 넘게 절약한 셈입니다.”

 혁신은 미사일의 디자인에도 숨겨져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미사일 ‘스터너(Stunner)’가 화면에 공개됐다. 앞부분이 돌고래의 머리 부분을 닮았다. “기존의 직선형 미사일은 탄두에 센서 카메라와 레이더를 한꺼번에 장착하기 어렵습니다. 그 한계를 디자인의 변화 하나로 뛰어넘은 거죠.”

 이날 행사에서는 이스라엘 대공체계의 미래 청사진도 공개됐다. 현재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사정거리에 따라 2단계로 구성된다. 아이언 돔(4~70㎞)과 애로2(90~148㎞)다. 두 시스템 사이 20㎞의 공백을 메울 데이비드 슬링(David’s Sling·다윗의 물맷돌)은 2014년 실전 배치된다. 애로2의 사정거리를 넘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까지 공격할 수 있는 애로3도 개발 중이다. 네 개의 다층(Multilayer) 대공체계 보호막이 갖춰지면 이스라엘의 하늘은 말 그대로 완벽한 철의 지붕이 된다. 이스라엘 상공을 보호하는 데는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라파엘사에 따르면 미국은 아이언 돔 개발에만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 3년간 추가로 6억1000만 달러를 더 지원한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은 20대 초반 남녀 군인들의 멘트로 끝이 났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군대를 가야 한다. 화면에 나온 군인들은 모두 아이언 돔을 통제하는 지상부대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공 밑에서 근무하는 공포감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우리는 비록 사선 에 있지만 국민이 다치지 않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아이언 맨 철갑옷 등 최신 기술 여럿 소개

 올해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는 아이언 돔 말고도 이스라엘의 최신 기술이 여럿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무선충전 기술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삼성전자의 차세대 휴대전화 ‘갤럭시S3’에 적용된 무선충전 기술도 이스라엘 기업인 파워매트(Powermat)사가 개발했다. 파워매트는 현재 무선충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무선충전은 말 그대로 전선 없이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 전력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에너지를 전달한다. 랜 폴리아카인 파워매트사 CEO는 “몇 년 전까지 이스라엘의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우리 회사가 이젠 삼성과 손잡고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매트사의 궁극적 목표는 ‘전선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다. 현재 파워매트는 매트 위에 전자기기를 올려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머지않아 송신탑처럼 스테이션을 여러 개 설치해 매트 없이도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환경이 구축되면 전선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배터리도 사라지게 된다. 업계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기술은 3D 프린터였다. 역시 업계 선두주자는 이스라엘계 ‘오브젯(Objet)’이다. 3D 프린터는 3차원 물체를 만든다. 기술의 핵심은 폴리젯 방식이다. 마치 등고선 판을 쌓아 올려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기술과 같다. 쉽게 말해 어떤 제품이든 복제할 수 있는 프린터다. 물체의 면적에 따라 ‘프린팅’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가로 5㎝, 세로 2㎝ 정도의 면적에 두께 5㎜ 물체를 만드는 데 25분쯤 소요된다. 이미 3D 프린팅은 상용화됐다. 포춘 100대 기업 중 80개 업체가 오브젯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멜리사 아인스타인 오브젯 마켓팅 코디네이터는 “시계를 비롯해 신발, 휴대전화 케이스, 자동차 부속품까지 다양한 제품 제작에 이미 쓰이고 있다”며 “최근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 맨’에 나온 아이언 맨 철갑옷도 3D 프린팅으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각국 경찰들이 주목하는 첨단기술도 공개됐다. 감시카메라 2시간 녹화 분량을 수초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비디오 축약 기술 ‘비디오 시놉시스’가 그것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브리프캠은 이미 CIA·FBI와 계약을 마쳤다.

LA중앙일보=정구현·김병수 기자

사진 설명

두번째 사진 올해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 선보인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의 첨단 기술. 돌고래 머리 모양의 스터너 미사일
세번째 사진 갤럭시S3에도 적용된 무선충전용 파워매트
네번째 사진 3D 프린터로 만든 영화 ‘아이언맨’의 철갑옷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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