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공모 영화펀드 허점 많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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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익 집계의 불투명성 = 영화펀드의 배당방식은 영화가 종영되는 시점 또는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는 시점 등 정산되는 시점을 공모전 명시한 후 이에 대한수익을 지분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영화의 수익은 통상 극장 관객입장료 수입(흥행수입), 비디오 출시 판권료, 해외 수출 매출액, TV 방영 매출액 등으로 단순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흥행수입. 최근 관객동원에서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친구''의 영화펀드를 공모한 심마니의 예상수익분석에 따르면 전국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때 예상되는 수익 13억5천만원 가운데 흥행수입은 7억5천만원으로 55.6%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국 동원관객이 280만명일 경우 예상 수익 93억원 가운데 흥행 수입은 75억원으로 80.6%로 급격히 증가해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흥행수입이 배당액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관객 동원 집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태. 서울지역 극장의 경우 어느정도 극장의 전산화가 돼 있어 동원관객수가 상당히 투명한 상태지만 지방의 경우는 동원 관객수를 서울을 기준으로 추측하는 정도의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구의 경우 서울과 지방의 관객동원 수를 1:1.8로 계산하고 있다.

또 중소도시의 일부 극장은 관객동원에 따른 수익분배가 아니라 배급사와 일괄계약을 맺어 동원 관객수에 관계없이 한 번에 `영화값''을 치르는 방식으로 계약을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영화의 흥행에 관계없이 이미 수익은 고정돼 있어 흥행할 만한 영화에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월 5일 종영한 리베라메의 전국 동원 관객수는 128만3천602명으로 최종집계됐으나 종영일 전 1주일간 동원한 관객수가 3천602명으로 종영 1주일 전까지 동원한 관객수가 정확히 128만명으로 맞아떨어지는 `우연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외국영화 배급펀드 등장 = 최근 I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영화펀드의 경우 국산영화의 제작비가 아닌 외국영화를 배급하기 위한 `배급펀드''가 등장했다.

외국산 영화인 B영화를 국내에 배급하는 배급사가 배급비 1억5천만원 가운데 5천만원을 네티즌을 상대로 공모한 것. 이러한 배급펀드는 영화를 아끼는 영화팬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작품성이 높지만 제작비 마련이 어려운 국산영화를 지원하자는 영화펀드의 본래 목적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화펀드 방식을 이용해 외국 영화를 네티즌의 투자금을 모아 국내에 배급하는 `손 안대고 코 풀려는'' 배급사들이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관련 전문가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영화펀드에 배급펀드까지 등장해 영화펀드가 투기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 등 공공기관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투자자의 권익 보호장치 미비 = 영화 친구는 총 제작비 28억원 가운데 10억원을 영화펀드로 공모했다.

즉 일반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35.7%로 대주주의 지분에 해당한다.

영화펀드 방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다른 영화의 경우도 35~40% 정도의 제작비를 일반 투자자들이 대고 있는 것. 그러나 이들 소액 투자자의 주주로서의 권익을 보장해 줄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것이 영화펀드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단 수명의 영화펀드는 대주주인 영화제작사에 의문점이나 흥행 전략, 흥행 실패에 따른 책임추궁을 할 수 있는 통로인 주주총회는 고사하고 제작사가 발표하는불확실한 흥행실적을 그저 믿을 수 밖에 없는 `빈틈''을 가지고 있다.

또 배당액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흥행 실적마저 1주일이 지난 뒤에야 발표되고 있으며 영화에 대한 홍보성 정보만 개별적으로 공개, 주식시장의 공시제도와같은 공신력 있는 정보제공 채널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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