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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힘은 '헌신과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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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대한 책이 수없이 발간됐지만, 이 책은 학자들과 핵심경영자들 양측의 관찰을 융합함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리처드 넬슨 콜럼비아대 교수) "신경제의 추진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실리콘밸리 핵심 인물들의 체험담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휴렛 패커드 전 CEO 존 영)


책 뒷날개에 실린 외국의 서평에서 임의로 뽑아본 이런 상찬(賞讚) 들은 과장이 아니다. 원제 〈The Silicon Valley Edge〉인 이 책에는 지구촌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이 독특한 '기업 생태계' 의 탄생, 진화과정에서 이곳 기업인들의 마인드세트에 이르기까지가 25명의 필자들의 시야 안에 담겨 있다.

그저 떠먹기 좋게 만든 입문용 책은 아니지만, 진지한 접근만큼 챙기는 것이 적지 않을 '실리콘밸리 분석의 결정본' 인 이 책은 일부 관련자들을 위한 텍스트인가? 그렇지만도 않다. 기업가 정신의 변화 모습을 감지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암시를 줄 것이 분명하다.


▶ 헌신과 열정이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이를테면 제4장 '실리콘 밸리에서의 경험' 을 쓴 E 플로이드 크뱀의 목소리를 포함해 책에 거듭 나오는 말은 '열정' 이라는 어휘다. 제6장 '실리콘 밸리 기업가 정신의 네가지 유형' 을 쓴 이종문도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헌신과 열정' 을 강조한다.

이종문은 이 특별한 기업생태 공간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들을 전통적인 기업가들과 다른 개념의 신조어인 '비저니어(visioneer) ' 라고 부른다. '새로운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사람들' 을 호칭하는 '비저니어' 는 우리 기업들이 한단계 올라서기 위한 목표지점이 아닐까 판단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 기업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비전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다. 돈이나 권력은 2차적인 문제다. 나는 이런 기업가들을 비저니어라고 부른다. 야후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가 비저니어의 좋은 예다. 양과 필로는 그런 이상적인 접근방식으로도 창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1백93쪽)

▶ '생태계' 실리콘밸리의 진화=이 책은 캘리포니아 북부 실리콘밸리라는 존재를 독자적인 공기가 감도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 생태계(habitat) ' 로 일관되게 규정한다. 이곳의 출발은 1939년 스탠퍼드대 동급생 두명이 차린 전자계측장치를 제작하는 구멍가게. 이후 70년대 전후까지 살구나무밭이었던 이 공간은 모두 네차례의 굵직한 변화 사이클을 겪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특수의 전자산업 호황, 반도체 집적회로(IC) 의 성장, PC산업의 물결, 90년대 이후 인터넷 붐 등이 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IT) 혁명의 1번지' 라는 말은 변함이 없다. 세계 각곳에 '밸리' '실리콘' 등의 돌림자를 딴 첨단 산업집단의 경쟁력을 압도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미국내 벤처자금 1백30억달러(99년 기준) 의 30%를 빨아들이는 힘인가.

저자들은 그 힘을 이렇게 규정한다.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하이테크 벤처 기업들의 생존과 번성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유기적으로 생성된 환경의 결과" (37쪽) 라고. 구체적으로 '혁신과 기업가 정신 시스템의 핵심' 을 뒷받침하는 법규.세금 등의 지원체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분석된다.

■ 실리콘밸리의 CEO는…

모두 19개 장으로 구성된 〈실리콘밸리를 만든 사람들〉은 실은 전세계 기업가 정신에 관한 시리즈의 첫권으로 기획됐다. 따라서 이 책의 편집을 주도하고 제6장 '실리콘 밸리 기업가 정신의 네가지 유형' 을 직접 집필한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의 자문교수이자 암벡스벤처 그룹의 CEO인 이종문의 글은 이 책의 심장에 해당한다. 특히 그는 전통적인 기업가와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경영스타일에서 리더십에 이르는 측면이 어떻게 선명하게 구분되는지를 분석해 보이고 있다.

이런 구분법들은 미래의 기업가 일반은 물론 이 땅 한국의 기업인들을 위한 덕목으로 새겨진다는 점이다. 이종문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열정' 이다. 열정이야말로 '비범한 정신력의 밑거름' 이라는 거듭된 반복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이들의 사고방식 중 남다른 것은 창업의 동기. 즉 경제적 안정이나 리스크의 최소화 등이 전통적 기업인들의 창업동기라면,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필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극단적이고 혁명적' 이다. 즉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가 이들의 야심찬 원력(願力) 의 창업동기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40억달러의 가치를 갖는 헬시온을 1996년에 설립한 짐 클라크. 그는 자신이 병을 앓으면서 '기술을 이용한 의료서비스의 완전한 혁명' 을 꿈꾸었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종문에 따르면 이들이 열정 하나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세계 최적의 인프라' 가 그를 음으로 양으로 엄호했다. 또 하나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리더십이나 소유권의 개념도 매우 다르다.

아무튼 이 책이 새로운 기업가 대망론(待望論) 이나 산학협동, 벤처기업의 성공여건 확보를 위한 우리 사회의 논의에 썩 유효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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