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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과천아파트 끝없는 추락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준(準) 강남권’으로 불리며 한때 전국에서 아파트 값에 가장 비싼 지역이었던 경기도 과천시 주택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3.3㎡당 가격이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파트 값이 최고점 대비 반토막났다.

그런데도 찾는 사람이 없어 집주인 속을 태운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비쌌던 집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과천 아파트 값 지수(2011년 6월 100 기준)는 무려 4.5% 내렸다. 1월에는 94.2였으나 6월 말에는 90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 지수가 1.4%, 경기도가 0.9%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래량도 확 줄어

실제로 부림동 주공9단지 54㎡형(이하 전용면적)의 매도 호가는 4억4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억원대로 주저 앉았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가 좋던 2006~2007년 한때 매도 호가가 6억8000만원 하기도 했다.

별양동 주공5단지 103㎡형도 같은 기간 5000만원 내려 현재 7억3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온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아닌 원문동 래미안슈르 84㎡형은 연초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에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었지만 지금은 7억5000만원으로 급락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렇게 가격을 낮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 래미안슈르, 주공2단지 등이 위치한 원문동과 주공4·5·6·7단지가 자리잡은 별양동 일대 아파트 거래건 수는 지난해 1월에는 28건 정도였으나 올 1월에는 13건으로 확 줄었다.

전셋값은 하락폭이 더 크다. 전셋값 지수는 상반기 105.4에서 100.1로 5.3% 내렸다. 이 기간 반대로 서울은 0.4, 경기도는 0.8 올랐다. 주공9단지 47㎡형은 연초 1억6000만원에 전세 물건이 나왔으나 지금은 1억2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과천 아파트값의 낙폭이 이처럼 커진 것은 시차를 두고 3가지 악재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 시장의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물량 공급 확대,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등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과천은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고 주공1단지 등 기존 아파트 다수가 재건축 대상”이라며 “강남 개포지구 등 재건축 시장의 침체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낙폭 줄일까?

현재 과천시내 아파트 1만3574가구 가운데 5110가구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정비예정구역에 해당하는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전체 아파트의 약 74%인 1만16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아파트값엔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와 시세차익이 미리 반영되는데, 최근엔 부동산 경기침체로 그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이다. 과천 아파트 역시 그 영향권을 벗어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정부청사 이전 등으로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과천 아파트.

여기에 과천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확대된 것도 아파트 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며 주택 수요를 흡수하고 이 지역 집값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2009년에는 과천 주암동 일대가 서울 서초 우면지구에 일부 포함됐고 지난해에는 과천 갈현동 일대 지식정보타운이 보금자리지구로 새로 지정됐다. 지식정보타운에서는 값싼 보금자리주택 4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올해 말로 예정된 정부청사 이전 여파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과천 아파트 값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별양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그나마 하반기에 재건축 사업이 실마리를 풀어간다며 다소 낙폭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 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주공6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했고 1단지는 시공사 선정이 임박했다. 2단지는 최근 조합창립총회를 열었다. 7단지는 부림동과 별양동으로 단지를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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