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 꿈이 부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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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출전하기 어렵다는 올림픽. 하지만 역도의 장미란(29·고양시청)과 사격의 진종오(33·KT)는 이번이 벌써 3회째 올림픽 출전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들의 꿈은 올림픽 2연패다. 장미란과 진종오는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마쳤다.

여자역도 장미란은 올해 만 스물아홉으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정신력은 아직도 최고다.

◆경험으로 패기를 꺾어라= 스물한 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장미란은 은메달을 땄다. 4년 뒤 스물다섯 살 베이징 올림픽에선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린 ‘역도 여제’가 됐다. 올해 만 스물아홉인 그녀는 역도 선수로는 체력과 기량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한국 여자역도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낸 그의 정신력은 아직도 전성기다.

 장미란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최중량급(75㎏이상급)에서 라이벌 탕공홍(중국)에 합계 2.5㎏이 뒤져 우승을 놓쳤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합계 326㎏(인상 140㎏·용상 186㎏)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하며 ‘전설’이 됐다. 그러나 2010년 교통사고와 어깨 부상 이후 기량이 정체됐다. 그 사이 중국의 저우루루(24)와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21)는 급성장했다.

 2010년 9월 세계선수권에서 장미란의 5연패를 가로막은 카시리나는 지난해 유럽선수권에서 합계 327㎏(인상 146㎏·용상 181㎏)을 들어올려 장미란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최중량급 세계랭킹 1위 저우루루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합계 328㎏(인상 146㎏·용상 182㎏)으로 카시리나의 세계기록마저 갈아 치웠다.

 신예들과의 경쟁에 나서는 장미란의 최대 강점은 경험이다. 카시리나와 저우루루가 올림픽 첫 출전인 반면 장미란은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 메달 색깔을 좌우하는 역도에서 장미란의 경험은 큰 무기다. 1~2초 사이에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나는 만큼 심리적 안정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경험 미숙에서 찾아오는 준비 과정의 부상도 장미란에게는 예외다.

 런던에서 맞는 한국 역도의 남다른 의미도 장미란에겐 자극제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성집(93·대한체육회 고문) 옹은 역도 미들급 동메달을 거머쥐며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 옹은 “마음속으로 응원하면서 만세 만세를 불러야겠다”며 선전을 기원했다.

베이징 올림픽 50m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는 런던 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집중력으로 2연패 정조준=‘스나이퍼’ 진종오(33·KT)가 런던에서도 금빛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을까. 한국 사격의 간판 스타 진종오는 런던 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메달(銀)을 안겼고 이어진 50m 권총에서는 금메달을 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이은철·여갑순 이후 16년 만에 한국 사격 ‘노 골드’의 한을 그가 풀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두 종목 모두 출전한다.

 2002년 첫 태극마크를 단 진종오는 2년 뒤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에서 본선 1위(567점)로 결선에 올랐지만 일곱 발째에서 6.9점(10.9점 만점)을 쏘는 실수로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올림픽 이후 불운을 떨쳐내기 위해 2세 계획까지 미룰 정도로 절치부심했다. 이후 베이징 올림픽 50m 종목 결승전에서 총 10발의 기회 중 단 한 번만 선두를 내주는 집중력으로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최근 국제사격연맹(ISSF)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각각 2위(10m 공기권총)와 3위(50m 권총)에 자리한 진종오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열리는 10m 공기권총에서는 중국의 벽이 버티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인 탄쭝량(41)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팡웨이(26)가 그들이다. 다행인 것은 탄쭝량은 아직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승 경험이 없고, 팡웨이도 지난 올림픽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며 현재 세계 랭킹 10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진종오는 2009년 창원월드컵 예선에서 이 종목 세계신기록(594점)을 기록한 바 있어 금메달 전망이 밝다. 주종목인 50m 권총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다미르 미케치(28·세르비아)와 2위 마쓰다 토모유키(37·일본)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진종오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아시아 선수권 대회, ISSF 월드컵 파이널 등 굵직한 세계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왔다. 지난 5월에 열린 뮌헨 월드컵에서도 다미르 미케치를 제치고 우승(659.4점)해 올림픽 예행 연습을 무사히 마쳤다.

이형석 기자 김민혁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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